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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빈자리 메운 간호사 면허 취소?···사각지대 등 떠미는 ‘간협’

복지부, 2월부터 진료지원인력으로 활용···법적 근거 미비 실제 처벌 사례까지···대대적 단속 시 ‘1만’ 이상 적용 가능 비판 화살 대한간호협회로···“반대 않고 앞장서 교육 동참” 입법 보완 지적에 ‘간호법’ 재발의···타 직역단체 거센 반발 “매년 회비 받으며 뭘 하는지···대변해서 목소리 높여주길”

2024-05-22     이승준 기자
의료공백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전담간호사 시범사업 교육에 지원한 간호사들이 간호술기 공통워크숍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2월 의료대란이 발생한 이후 진료지원(PA) 간호사가 의사를 대신해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들의 투입을 공식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법적 근거는 마련되지 않아 간호사들이은 처벌 위기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대한간호협회가 PA 간호사 투입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자 간호사들은 협회가 누구 편인지 모르겠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월 전공의 집단사직이 시작된 이후 의료공백이 가시화되자 의사들의 빈자리에 PA 간호사를 투입했다. 보건복지부는 2월 27일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PA 간호사를 진료지원인력으로 활용해 왔다. 지난 4월에도 국가보훈부가 전국 6개 보훈병원에 PA 간호사를 투입하는 등 이들의 의료현장 투입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아직 PA 간호사에 대한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간호 노동현장 증언과 올바른 보건의료인력정책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최희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가 PA로 통칭됐던 모호하고 불법적인 의료행위에 대해 양성화·제도화를 추진하겠다 했지만 여전히 진전이 없다”고 토로했다.

법적 근거의 부재는 간호사들의 처벌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지침과 사법부의 판단이 달라 실제 처벌 사례까지 등장했다. 앞서 법원은 현재 정부가 허용한 진료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간호사에게도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특히 수사기관이 단속을 통해 현행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1만명에 달하는 PA 간호사와 이를 활용한 의사들 수천명이 처벌받을 수 있다.

이러자 간호사들은 비판의 화살이 ‘대한간호협회’로 향했다. PA 간호사가 법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의료현장에 투입된 데 이어 처벌까지 받는 상황인데 협회가 투입을 반대하기는커녕 정부와 손잡고 지난달부터 PA 간호사 대상 시범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간협은 지난 2월 “정부의 PA 간호사 활용 방침에 동의한 적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튜버 ‘빌런간호사’가 이 같은 내용을 지적하는 영상을 업로드하자 댓글창에는 “도대체 저 집단은 뭐하는 건가”, “간협은 정부의 ‘시녀’짓을 그만하고 정신 차려라”, “그 누구도 간호사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상황”, “절대 업무범위 외의 술기를 시행해서는 안 된다”, “간협이 정신 차리고 간호사들을 보호해줄 대책을 표현해야 한다” 등 간협을 비판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국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간호사·간호조무사의 수술 및 진료보조행위까지 현실을 도외시한 채 사법적 잣대로 무작정 처벌하고 자격정지, 면허취소,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하는 것에 대해 의료현장에서는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2월부터 진행돼 온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은영 보건의료노조 경희의료원 지부장은 “PA 간호사들은 간호사도 아니고 의사가 아니면서 그림자처럼 업무하는 존재”라면서 “내가 잘못해서 환자들이 잘못될지, 교수들이 책임을 묻지 않을지, 쫓겨나는 건 아닌지 불안하게 운영해놓고 의사가 떠나고 나니 간호사를 찾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다시 한번 ‘간호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에는 PA 간호사의 합법화와 관련된 내용도 담겼다. 수정안은 간호사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간호사,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를 구분해 자격과 업무 범위도 적시됐다. 통과 시 전문간호사는 자격을 인정받은 분야에서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 아래 진료 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도 법안 통과까지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타 보건의료단체의 반대가 여전히 거세기 때문이다. 의사·간호조무사 등 총 14개의 직역 단체가 모인 ‘14보건복지의료연대’는 8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국회에 재발의된 ‘간호법 제정안’의 즉각적인 철회와 함께 정부가 의료공백 대응을 위해 시행 중인 PA 간호사 시범사업을 중단하라는 의사를 밝혔다.

간호사들 사이에서 간협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간협에 가입돼 있다고 밝힌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매년 5만8000원씩 꼬박꼬박 돈을 받아가면서 정작 협회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이번(PA 간호사) 같은 상황에 협회가 간호사들을 대변해서 더욱 목소리를 높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협은 PA 간호사 교육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간협은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배포, PA 간호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 교육’을 오는 25일부터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세 차례의 교육에 비해 횟수·인원 모두 크게 늘었다는 게 간협 측 설명이다. 간협은 지난달 18일부터 26일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해당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