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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처벌 위기’ 간호사들···“무책임 정치권, 의료공백 가속화”

간호법 다시 한번 폐기···법적 보호 장치 마련 무산 간협 ‘보이콧’ 선언···“진료보조인력 시범사업 거부” 정부 “상당히 정착” 발언에···“의료현장 감 없는 듯” “의료공백 심화되면 정치권 자초했다고 봐도 무방”

2024-06-03     이승준 기자
간호법 제정이 다시 한번 무산되자 높아진 간호계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정치권이 의료공백 가속화를 자처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대한간호협회, 편집=이승준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간호법안이 결국 21대 국회에서 폐기되자 간호계가 들끓고 있다. 간호사들은 법적 근거 부재가 계속돼 처벌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와 함께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에서 빠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간호법 폐기에 따른 의료공백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정치권이 이를 자처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일 간호계에 따르면 간호법 제정은 다시 한 번 무산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단에 간호법 수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간호법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마무리된 가운데서도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법 좌절에 유감을 표하며 “간호법이 조속한 시일 내 입법되도록 국회와 협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실오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간호계의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졌다. 수정안에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 기대하는 바가 컸다. 소식을 접한 대한간호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간호법이 끝내 폐기됐을 때 간호인들이 느낀 감정이 분노와 울분이었다면 또 사라진 간호법의 현실은 허탈한 마음만 남겨주고 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치열한 토론을 통해 상정되지 못한 것도, 어느 당은 찬성하고 다른 당은 반대해서도 아니었고, 법적 충돌이나 개선사항으로 인한 미(未)상정도 아니었다”며 “이번에 간호법이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한 이유는 바로 ‘시간이 없다’는 언급하기도 부끄러운 이유였다”고 꼬집었다. 또 “여·야당과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의료공백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PA 간호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재한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앞서 법원은 현재 정부가 허용한 진료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간호사에게도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수사기관이 단속을 통해 현행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1만명에 달하는 PA 간호사가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간호계는 단체 차원에서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철회할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간호법이 폐기되기 전 대한간호협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고 간호법 통과가 무산될 경우 정부 시범사업을 전면 보이콧하고 모든 협조를 중단할 것”이라며 “법적 보호 장치가 없는 모든 의료 관련 조치를 즉시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런 가운데 나온 정부의 발언은 간호계의 더욱 자극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월부터 PA 간호사 시범사업을 하면서 초기 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현장에서 상당히 정착됐다”며 현장에서 ‘법적 안정성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으신데 지금 사범사업도 보건의료기본법의 근거를 두고 하기 때문에 법적 보호가 안 되는 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간호사들은 정부가 의료현장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해당 시범사업은 PA 간호사 투입의 유일한 근거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그마저도 붕괴될 처지인 셈이다. 한 대학병원 간호사 A씨는 “법적 보호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게 맞는다면 유죄가 선고된 간호사는 누구냐”며 “정부가 의료현장에 대한 감이 없다고 티낸 꼴”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을 향해 의료공백을 자처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간호사 B씨는 “정치권에서 그동안 의료공백을 막겠다는 발언을 계속 해왔지만 여·야당은 물론 정부까지 간호사들을 보호해주지 않고 있다”며 “만약 이번 일(간호법 폐기)로 간호사들이 시범사업에서 빠져 의료공백이 더 심각해진다면 그건 정치권이 자초한 일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이 22대 국회 개원 후 ‘5대 분야 1호 법안 패키지’에 간호법을 포함시켰지만 의료현장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또 다른 간호사 C씨는 “간호법이 작년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지난 국회에서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폐기됐는데 이번이라고 해서 달라질 게 있을까 싶다”며 “총선 때도 그랬듯 여전히 간호사는 이용만 당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