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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뉴스초대석] “지프·푸조, 잠재력 매우 큰 브랜드···내 할 일은 '대중화'”

‘취임 5개월’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인터뷰 내부조직·딜러사 소통부터 ···가격 안정·라인업 다양화 중점 “개성·취향·라이프 스타일 따라 車 쇼핑하는 선택지 만들 것”

2024-06-11     노해리 기자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강인함 #기동성 #야성미 #군대

수많은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 중 위 해시태그가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회사, 딱 하나 떠올랐다면 그곳이 맞다. 지프(Jeep)다. 오죽하면 군용차량을 ‘지프’라 통칭했을까. 오늘날까지 오프로드 SUV만 봐도 절로 떠오르는 지프는, 이제 차 역사 일부를 대변하는 일종의 상징이 됐다. 그런 브랜드의 수장에 여성이 자리했다니. 업계에선 이변으로 본다. 산하에 지프와 푸조(PEUGEOT) 등을 둔 스텔란티스코리아가 국내시장에 진출한 이래 여성으론 최초로 부임한 방실 대표이사다. 지난 2월 취임해 막 5개월 차를 맞은 6월 초, 방실 대표이사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방실 대표는 자타공인 ‘찐 자동차인’이다. 지난 2005년 폭스바겐코리아 PR매니저를 시작으로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코리아 마케팅 오퍼레이션장까지 20년을 꼬박 한 업계에 몸담아 온 여성으론 드문 베테랑 차 전문가다. 폭스바겐에선 해치백 ‘골프’를, 르노삼성자동차 시절엔 ‘SM6’를 흥행시킨 굵직한 실적도 함께다.

당시를 두고 방 대표는 ‘배움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는 “폭스바겐코리아에 있던 10여 년, 국내는 ‘해치백의 무덤’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해치백이 안 팔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디 오리지널 저먼(The original German)’이란 슬로건으로 독일 기술력을 강조해 결국 경쟁력을 얻어냈다”며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취향과 트렌드 변화를 미리 예측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르노코리아(당시 르노삼성자동차)에선 9년간 개발, 생산, 판매까지 자동차의 사이클을 모두 경험하는 흔하지 않은 기회를 가졌다. 그는 “이 덕분에 소비자의 취향을 국내에서 실시간으로 스터디하고 이를 반영한 제품을 구현, 론칭 후 반응이 좋으면 바로 증산하는 융통성, 신속한 대응 등을 동시에 해내는 귀한 업무 능력을 배웠고, 이는 내 가장 큰 자산”이라고 했다.

이 같은 자신감의 원천은 현재 스텔란티스코리아 이곳저곳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내부 직원 및 딜러사와 소통에 집중했다. 판매 부진으로 다소 침체된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동기를 부여하고자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다.

방실 대표는 “오자마자 직원들에게 재미있는 선의의 경쟁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내부 직원을 ‘지프’와 ‘푸조’ 팀으로 나눠 각 브랜드의 ‘스타 모델’ 만들기를 진행해 서로 의기투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며 “딜러사와는 소통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수익성 강화를 위한 의견 교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
[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

이어 “스텔란티스 본사에서도 한국시장에 대해 브랜드 강화, 신뢰 회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대내외적인 상황과 문제점을 파악하려면 내부 직원 소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이를 바탕으로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앞으로 대대적인 전략 수정에 들어간다. 가장 먼저 손보는 건 ‘가격 안정화’다. 취임 후 첫 공식 행사에서부터 강조한 부분이다. 그는 지난 4월 연 기자 간담회에서 “고무줄 가격을 없애겠다”고 못 박았다. 방 대표는 “산발적인 프로모션이 고객 신뢰도와 판매 실적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변동 폭을 최대한 줄여 안정적인 가격 정책을 펼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소비자들로부터 지적받아 온 부분을 오롯이 인정하고, 과감한 개선을 약속한 이번 사례는 각종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서도 회자됐다는 후문이다.

방 대표는 이보다 더 어려운 문제로 ‘판매 모델의 다양화’를 꼽는다. 그는 “갑자기 라인업을 확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올 초 출시된 지프의 대표 모델 ‘더 뉴 랭글러’를 중심으로 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있고, 실제로 반응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하반기 지프 브랜드 첫 순수 전기 SUV 어벤저도 출시를 앞두고 있는만큼, 이를 통해 전기차에 대한 수요도 일부 해소하고, 지프 브랜드를 다시 한번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푸조의 경우 판매량은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방실 대표는 특유의 브랜딩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푸조 살리기’에 나선다. 그간의 경험치도 최대한 끌어올린다. 그는 “올해 파리올림픽도 예정돼 있고, 르노코리아가 최근 리브랜딩까지 하면서 프랑스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도 점차 오를 거라 본다”며 “르노코리아와 함께 시너지를 내도록 적극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 수정이 즉각적인 판매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선택지가 고루 사랑받았는데, 이제는 춘추전국시대가 저물고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 쏠림 현상이 극심하다. 여기에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수입차 수요를 흡수하면서 당장 시장 변화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방 대표는 “대신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자동차 시장에서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개성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일차 목표”라며 “무난한 선택이 아닌, 내 개성‧철학‧라이프스타일‧취향에 따라 차를 ‘쇼핑’할 수 있는 자유로운 자동차 문화가 조성되는데 일조하는 브랜드가 되기를 바란다. 스텔란티스는 지프, 푸조, 앞으로 들여올 마세라티 외에도 굉장히 다채로운 개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듣다 보니 그가 그린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최종 목적지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그의 대답은 외려 간단하다. ‘대중화’. 마니아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게 ‘앞으로 내 할 일’이라고 명확히 짚었다.

“상당한 잠재력을 지닌 브랜드임에도 그 능력을 온전히 펼치지 못해 안타까웠죠. 온 힘을 다해 지프와 푸조의 매력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할 겁니다.”

방실 대표의 마지막 다짐에 힘이 실린다. 20여년 자동차 업계서의 외길을 지나 스텔란티스코리아 CEO 자리까지 부지런히 오른 묵묵함이 두 말 필요 없는 근거다.

2024년 2월 1일,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방실 사장은 한국 시장에 공식 지사가 설립된 이래 부임한 첫 여성 지사장이다. 수입차 브랜드의 한국 지사와 국내 OEM을 거치며 한국 자동차 업계에서 20년 이상의 경험을 쌓은 방실 사장은 전략적 브랜드 구축과 마케팅 전략 및 실행, 고객 관리 관계(CRM), 세일즈 및 네트워크 운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십 역량을 쌓았다. 방실 사장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섬유예술학사 및 석사를 취득했으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

<주요경력>

▲2024년 2월 ~ 현재 스텔란티스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2023년 6월 ~ 2024년 1월 르노코리아자동차 네트워크 트레이닝 & 지원 오퍼레이션장

▲2022년 1월 ~ 12월 르노코리아자동차 직영본부 본부장

▲2015년 9월 ~ 2021년 3월 르노삼성자동차 마케팅 오퍼레이션장

▲2013년 10월 ~ 2015년 9월 폭스바겐코리아 마케팅 PR & 세일즈 총괄

▲2005년 1월 ~ 2007년 1월 폭스바겐코리아 PR 매니저

▲1997년 6월~ 1999년 6월 KBS 홍보실 국제협력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