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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사람]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 “장애인이 단순·반복적 업무만 할 수 있다는 건 편견”

장애인 특화 재택근무 시스템 ‘플립’ 직무별 맞춤 능력 갖춘 장애인 연결 2026년 상장 목표, 200억 매출 전망

2024-06-21     주다솔 기자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 [사진=브이드림]

[이뉴스투데이 주다솔 기자] “우리나라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장애인들이 스스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제대로 된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최근 기업들이 앞다퉈 ESG 경영을 외치고 있지만 진정한 ESG를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될까. 실제 우리나라 민간 부문 장애인 고용률은 2.99%로 의무 고용률(3.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을 위반해 벌금을 내면서까지 장애인 채용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 장애인 채용을 기피하는 이유는 장애인 근로자의 출퇴근·기업 내 장애인 시설 구비·의사소통 문제가 대부분이다. 몸이 불편해서 출퇴근이 어렵지만 업무 능력과 의지가 충분한 장애인 구직자들은 집에서 재택근무 형태로 충분히 일할 수 있다.

이에 기업의 장애인 채용 고민을 덜어줄 스타트업체인 ‘브이드림’이 화제다. 장애인 인사관리(HR) 솔루션 업체인 브이드림은 기업의 장애인 채용의 어려움을 돕고, 기업과 업무 능력을 갖춘 장애인 구직자를 연결해 준다.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는 장애인도 꿈을 이룰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 전 IT기업에서 대외사업 이사로 일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부담금과 장애인 채용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또 가까이 지내던 친구가 사고로 갑자기 하반신 마비를 얻어 장애인이 되는 걸 보게 됐고 사촌 언니 또한 난치병에 걸려 장애를 얻게 되면서 가족들이 모두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가 생기면 경제활동을 하기 힘든데 그 누구보다도 경제적 자립이 절실함을 몸소 느끼게 됐다. 그래서 일을 하고 싶은 장애인에게 그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장애인 고용률이 높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창업을 시작해 장애인 재택근무 시스템을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브이드림은 그런 장애인들에게 IT를 활용해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이 비장애인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김 대표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다. 단지 몸이 불편할 뿐이지 인지능력이나 업무 수준은 비장애인과 동일하거나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며 “15종의 장애 중 발달·지적장애를 제외하면 인지기능은 비장애인과 같아 물리적인 어려움을 해결해주면 되고 나머지 두 분야 장애인들도 훈련을 거치면 할 수 있는 업무가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 [사진=브이드림]

이에 장애인 특화 재택근무 시스템인 ‘플립(FLIPPED)’을 기획하고 개발했다. 플립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인식, 청각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자막 서비스를 비롯한 20여가지 기능 탑재돼 있다. 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높이고 재택근무하는 장애인의 업무, 일정 등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특히 장애인 채용 매칭 전에 기업에서 직무 기술서를 전달받아 플립 시스템을 통해 직무별 맞춤 능력을 갖춘 장애인들을 연결해 준다. 기업은 업무를 수행할 만한 능력을 가진 장애인을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고도 플립을 통해 장애인 근로자들의 인사관리 및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 장애인들은 양질의 재택근무 일자리와 편안한 근무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그는 “브이드림은 그간 축적해 온 장애 유형별·기업 업종별 데이터를 토대로 직무를 추천한다. 난이도에 따라 초·중·고급으로 나눠 경영사무업, 제조업, 마케팅업, 정보통신업 등 20개 직군에서 사무직, 디자인, 챗봇 데이터 수집, 영상 편집 등 300여개의 직무로 세분화하고 장애인 구직자를 대상으로 취직 후에는 직장 적응을 위한 심리상담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또 “입사 이후엔 플립을 이용해 출퇴근 기록, 업무일지, 소통, 일정 공유 등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우수근무자 시상 제도, 장애인 근로자 커뮤니티 ‘드림터’ 운영 등을 통해 장애인들이 소속감과 업무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금은 많은 기업에서 브이드림을 찾고 있지만 창업 초기에는 시스템 개발부터 장애인·기업·관련 기관의 마음을 얻는 과정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며 지난날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매출이 없어서 7개월 넘게 월급을 받지 못한 적도 허다했고 코로나19 이전에는 재택근무에 대한 인지도도 낮아서 기업을 설득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혼자서 지방 어디든 기업과 장애인을 만나러 직접 찾아갔다. 장애인 구직자와 복지관, 장애인 관련 기관들과 계속 부딪히면서 현장에서 문제가 뭔지 계속 묻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브이드림만의 데이터를 축척해나갔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 ESG경영으로 장애인 채용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브이드림을 찾는 기업과 장애인 구직자가 급속도로 많아지고 있다.

브이드림은 오는 2026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셜미션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고 있지만 기술과 시스템을 기반으로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48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올해 2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올 상반기에는 월간 손익분기점도 달성했고 이번 달에는 중소벤처기업부 ‘포스트 팁스(POST-TIPS)’ 프로그램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는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꿈꿀 수 있고,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브이드림은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 장애인들의 생애주기별 맞춤 케어를 위한 기술개발도 꾸준히 진행하면서 장애인들의 라이프 전반에 없어서는 안되는 회사가 되는 게 최종 목표다”라며 비전을 공유했다.

덧붙여 정부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대표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제대로 된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정부와 민관이 적극 협력해 해결해 나간다면 더 큰 사회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