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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위’의 결정이 아쉬운 이유

2024-07-16     최은지 기자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그래도 업계 1위인데...”

지난 10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결정한 배민1플러스 요금제 개편이 계속해서 업계의 화두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1위의 결정인 만큼 그에 대한 평가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 결정은 기업 입장에서는 꽤나 합리적인 결론이다. 

대표적으로, 우아한형제들은 배민1플러스의 중개수수료를 현행 6.8%에서 9.8%로 변경했다. 약 3% 인상이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경쟁사인 업계 2위 쿠팡이츠(9.8%)와 같은 수준에 불과하다. 3위인 요기요(12.5%)와 비교하면 오히려 개편 이후에도 낮은 축에 속한다. 

즉, 사실상 이번 개편은 업계 대비 낮았던 중개수수료를 업계 수준으로 끌어올려 보다 ‘공평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 행보였던 것이다. 

심지어 배민은 이러한 변화에 부담이 덜 될 수 있도록 당근도 같이 챙겨주기도 했다. 업주 부담 배달비를 지역별 건당 100~900원 낮춘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 지역 업주 부담 배달비는 기존 3200원에서 2900원으로 300원(약 9.3%) 수준 낮아지게 됐다. 

문제는 소비자가 바라보는 배민의 입지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배민의 음식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무려 63%에 달한다. 그 뒤를 쿠팡이츠(20%)와 요기요(16%)가 잇고 있다. 아울러, 배달앱 업계에서의 배민은 유일무이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즉 배달앱 시장의 독보적인 점유율을 보이면서 동시에 유일하게 수익성 확보에도 성공한 ‘1위’ 기업인 것이다.  

이에 배민이 경쟁을 위한 결정보다는 소비자와 업주를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위치에 올라있다는 게 업주와 소비자들의 생각이자 이번 결정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다. 

또 일각서 제기된 음모론 또한 소비자의 비판 여론을 이끌어내는 모양새다. 이달 초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사임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요금제 개편이 발표되면서, 외국 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민으로 수익을 얻으려고 한다는 의혹이 튀어나온 것이다. 

즉 이 전 대표가 DH의 수수료 인상을 반대했고 그에 따른 사임이 이뤄졌다는 음모론으로, 실제 DH는 최근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 관련 벌금 4억 유로(약 6000억원) 이상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커지며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기도 하다. 

다시 한번 돌이켜보자면, 배민의 결정이 업주와 소비자를 크게 괴롭히는 극악무도한 결단은 아니다. 이번에 인상된 금액 만큼 그간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고, 이를 종료하고 업계 평균 수준으로 맞춘 변화에 대해 누가 큰 비판을 할 수 있을까 싶다. 

다만 여론이 이토록 좋지 않음에는 분명히 이보다 좋은 결정이 있었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업계 1위이자 흑자를 내는 기업이 받아들여야할 왕좌의 무게이기도 하다. 앞으로 배민이 어떠한 방향성을 갖고 실망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