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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주택자 두 번 울리는 로또청약

2024-08-06     주다솔 기자

[이뉴스투데이 주다솔 기자] “당첨만 되면 10억원은 그냥 버는 셈인데 일단 넣고 봐야죠.”

294만4780 대 1. 최근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면적 84㎡ 1가구에 대한 청약 경쟁률이다. 1가구 모집에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몰려 청약홈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이에 한국부동산원은 이례적으로 마감 시간을 늘리기도 했다. 

동탄역 롯데캐슬의 경우 무순위 청약으로 19세 이상 성인이면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실거주의무나 전매제한 적용되지 않고 당첨 시 10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 예상돼 너나할것 없이 무작위 지원에 나섰다.   

당첨일에는 한 네티즌이 배우 하정우가 손편지를 써주는 꿈을 꾼 뒤 당첨됐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하정우가 직접 화답을 하며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인터넷에는 당첨자를 사칭한 스미싱 문자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동탄 청약으로 뜨거웠던 지난 주를 보며 청약이 투기판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첨만 되면 10억원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니 반대로 생각하면 그동안 아파트 값이 10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 아닌가. 비정상적인 부동산 시장, 비정상적 경쟁률이 아닐 수 없다. 

무순위 청약은 내 집 마련의 꿈이 절실한 사람들의 당첨 기회를 빼앗은 셈이다. 요건이 없는 탓에 유주택자나 다주택자도 청약이 가능해 전국민이 무작위 지원에 나섰다. 

이번 청약은 공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투기 심리를 자극했고 부동산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마저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청약을 신청한 이들은 아쉬움을 보이며 다른 로또 청약을 알아보고 있다. 

수도권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이 3년 6개월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서울 아파트 값은 고공행진 하고 있다. ‘패닉바잉’ 현상이 돌고 2030 사이에서는 집 사기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달 중순, 정부가 부동산 정책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실질적인 공급 대책 마련과 함께 무순위 청약 자격 기준 개편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