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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큐텐’ 판매자 대거 이동···이커머스 “신뢰가 경쟁력”

티메프 사태로 갈 곳 잃은 판매자들, ‘새 둥지’ 물색 명절 대목 앞둔 경쟁사, 빠른 정산·재무건전성 어필 “셀러 안심과 정착 지원 급선무···우수셀러 확보해야”

2024-08-13     김종효 기자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별관에서 한 고객이 환불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티몬과 위메프(이하 티메프)의 정산 불이행 사태로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걸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티메프에서 순조로운 판매를 진행 중이던 판매자들이 새로운 판매 플랫폼을 찾아 나서면서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이커머스의 경쟁도 관심사다.

◇티메프 사태로 갈 곳 잃은 판매자

1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최근 신규 입점 판매자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티메프뿐 아니라 큐텐그룹 계열사에서 판매를 중지한 기존 판매자들의 새로운 판매 플랫폼이 되기 위해 신규 판매자 혜택을 강화하는 중이다.

유통업계는 티메프를 포함한 큐텐그룹의 판매사가 10만여곳에 달할 것으로 추산 중이다. 큐텐의 해외 직접판매(역직구) 판매사를 포함한 수치다.

판매자들은 대부분 티메프 외에도 다른 플랫폼에서 동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나, 상품 특성상 재고 관리가 까다롭고 빠른 소진이 필요한 여행상품 판매자 일부는 티메프에서만 플랫폼 단독 상품을 판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판매자들은 이번 티메프 사태가 터진 이후 판매경로가 막혀버렸다. 또 정산을 받지 못해 사업 운영도 위기에 처한 상태다.

결국 ‘티메프 난민’이 된 판매자들이 다른 판매경로를 찾아 나서면서 실제 경쟁 이커머스의 신규 판매자 유입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받고 있는 곳은 G마켓, 11번가, 롯데온 등이다. 신세계그룹, 롯데그룹 등 대기업 계열사에 속한 이커머스다.

롯데온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7일 사이 신규 입점 판매자 수는 전월동기 대비 20% 가량 증가했다. 11번가 역시 7월 신규 입점 판매자 수가 전월 대비 16% 가량 늘었다. G마켓 역시 추석을 앞두고 신규 판매자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커머스 플랫폼의 신규 입점 판매자 증가치가 5%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신규 판매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휴가가 몰려있어 이커머스의 비수기로 분류되는 여름에 이같은 증가치는 더 의미 있다. 

티메프 사태로 큐텐그룹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판매자들이 아예 큐텐그룹 계열사 플랫폼에서의 판매를 거부하면서 ‘탈큐텐’ 판매자가 늘어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역직구 판매자들이 큐텐을 벗어나 역직구 판매가 가능한 플랫폼을 찾아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롯데온]

◇신규 판매자 모시기 돌입···신뢰 강조, 혜택 강화

이에 이커머스 플랫폼은 신규 입점 판매자 모시기에 나섰다. 플랫폼별로 차별점은 있지만, 공통된 점은 판매자 혜택을 강화해 신규 입점 판매자들이 빨리 정착해 안정된 판매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자사의 규모와 자본력 등을 강조하며 신뢰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온은 이달 31일까지 신규 입점 판매자를 위한 ‘여름 휴가비 더블 지원 이벤트’를 진행한다. e쿠폰·디지털가전 카테고리를 제외한 신규 입점 셀러라면 누구나 카드결제수수료 3%를 제외한 모든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롯데온은 안정적인 영업환경 세팅을 위해 총 20억원 규모의 셀러 판촉비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판촉지원금은 무상 광고머니와 카드판촉비, 노출구좌 등에 활용된다.

롯데온은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셀러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유망 셀러를 발굴해 동반 성장한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최근 패션실과 뷰티실 신설을 통해 영업조직을 보강한 롯데온은 경쟁력 있는 셀러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티메프 사태로 우수한 신규 판매자를 다수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온은 판매대금을 소비자 구매확정 후 익일 바로 입금하며 매일 정산한다며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정적이고 빠른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수 셀러에게는 안정적인 자금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8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펀드도 운영 중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약을 통해 소상공인 지원사업에도 앞장서 왔다. 지난 7월 2일에는 롯데온 고객의 최근 검색 키워드와 구매 이력을 분석해 파트너사에서 가장 관심 가질만한 상품을 인공지능(AI)이 추천해주는 솔루션으로, 입점 파트너사들의 마케팅 활동을 효과적으로 돕는 ‘스마트매출업’도 선보였다.

[사진=픽사베이]

11번가는 지난 11일부터 열흘간 진행되는 ‘8월 월간 십일절’부터 정산 일정을 대폭 앞당긴 ‘11번가 안심정산’ 서비스를 도입했다. 기존 일반정산 대비 7일 정도를 앞당겨 배송완료 다음날 정산금액의 70%를 먼저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통상 고객 결제 후 2~3일 안에 판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미리 받게 된다. 나머지 30%는 고객이 구매확정한 다음날 지급된다.

11번가는 이같은 시스템이 판매자들의 원활한 자금회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번가는 “2008년 론칭 이래 고객 구매확정 후 2영업일 만에 100% 정산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2020년 10월엔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우수셀러가 택배사에 상품을 전달한 바로 다음날 판매자에게 100% 정산금을 지급하는 ‘빠른정산’ 시스템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11번가는 이같은 정산 시스템이 회사의 신뢰도를 높여 신규 판매자가 증가한것으로 보고 있다. 11번가는 신규 입점 판매자에게 카테고리별 최대 절반 이상 저렴한 6%의 수수료를 적용하는 판매 수수료 인하 정책 및 최대 65만 포인트의 광고 포인트를 지원하는 등 신규 판매자 혜택을 강화해 안정적인 매출 확보와 초기 정착을 돕는다. 또한 판매자 상생을 위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번 월간 십일절에 도입한 안심정산 시스템을 확대 운영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G마켓과 옥션 역시 추석을 앞둔 대형 행사 ‘한가위 빅세일’ 참여사를 모집하면서 판매활성화를 돕기 위해 광고비, 물류비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이벤트 기간 동안 판매고객의 매출 증대를 위해 광고비 페이백 이벤트를 진행한다. 전 판매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노출보장형(CPP) 광고’ 진행 시 광고비의 30%, 최대 10만원을 e머니로 돌려준다. 신규셀러를 위해 9월 말까지 익일 합배송 서비스 ‘스마일배송’의 신규 가입 판매고객을 대상으로 물류비를 지원한다. 최대 4개월 동안 물류센터 상품 입고 및 보관비용 전액을 지원하며, 포장, CS처리 등 물류센터 운영 비용 역시 4개월 간 50% 할인 받을 수 있다.

G마켓 역시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 환경’을 제공하며 참여 판매자들이 안심하고 판매활동을 할 수 있도록 빠른 정산 시스템을 강조했다. 구매결정 후 판매대금의 100%를 ‘익일정산’으로 지급하며, 익일 합배송 서비스 ‘스마일배송’은 이보다도 빠른 출고일 기준 90% 익일정산을 진행한다. 

[사진=픽사베이]

◇“안심할 수 있는 판매환경 구축, 명절 앞두고 정착 지원”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비수기인 여름에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면서 판매자들의 대거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 각 이커머스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명절 프로모션 외에도 판매자 유치 마케팅에도 열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티메프의 정산이 지연되다 결국 미정산 사태에 이른 만큼 각 이커머스 플랫폼은 익일 정산 등 빠른 정산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당장 사업 영위를 위한 판매자들의 자금 회전을 도울뿐 아니라, 티메프 사태로 추락한 플랫폼의 신뢰도를 상승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회사의 안정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특징이다. G마켓의 경우엔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것도 강점”이라고 내세웠다. G마켓의 순운전자본은 지난해 기준 899억원으로, 주요 이커머스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했다. 순운전자본은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것으로, 기업의 단기 재무 건전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이렇듯 이커머스의 판매자 모시기 경쟁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판매자가 안심을 하고 정착한 뒤 우수셀러로 자라나도록 돕는 것이 플랫폼엔 가장 이득이다. 특히 매출이 몇 배 수준으로 증가하는 명절 대목을 앞두고선 우수 판매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도 못했던 시기에 대규모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판매자를 안심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사용하던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자들이 만족했던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도입해 익숙한 환경을 만들면서 빠른 정착을 돕는 요령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