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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APP] ‘AI 캐릭터’와의 숨 막히는 기싸움 어때요? ‘로판AI’

오픈AI 챗GPT 4o·GPT4·클로드 하이쿠 LLM 채팅 AI 캐릭터와 함께 다양한 테마로 재밌는 대화 가능 직접 만든 인공지능 캐릭터와 대화도 나눌 수 있어 대화 검열 없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보호 필요”

2024-08-25     유은주 기자
로판AI의 AI 캐릭터 헨델 플란. [사진=로판AI]

[이뉴스투데이 유은주 기자] 어느 날 일어나보니 패전국의 왕녀로 빙의한 나, 제국의 포로로 끌려와 무뚝뚝한 공작 페레스와 예기치 못한 결혼을 하게 된 지금, 주인공(유저)의 첫 마디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 속 주인공들과 같은 세계관 속에서 재밌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있다. AI 캐릭터와 함께하는 채팅이나 직접 만든 AI 캐릭터와의 흥미로운 대화를 제공하는 ‘로판AI’가 바로 그것이다. 

웹소설 속 줄거리가 아니라 실제 유저들이 로판AI 서비스를 통해 직접 세계관으로 들어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짧은 시간 내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를 제공하는 웹소설의 장점을 그대로 모아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다채로운 설정과 캐릭터를 가진 가상의 인물과의 채팅을 통해 실제 사용자가 웹소설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로판AI는 실제 인기를 끌고 있는 웹소설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적용된 채팅 서비스를 선보이며 많은 웹소설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서비스는 오픈 AI의 챗GPT-4o와 GPT-4, 클로드 3 하이쿠(Claude 3 Haiku) 등 6개의 거대언어모델을 활용했다고 알려졌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로판AI’에 접속해 가입 후 로그인 한 다음, 본인이 대화하고 싶은 실사 캐릭터나 로맨스판타지 속의 설정을 지닌 캐릭터를 고르면 된다. 캐릭터들은 각자의 세계관 속에서 설정된 값에 따라 대화를 이어간다. 

내 캐릭터 메뉴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헨델 플란’은 남성 캐릭터이며, 집착, 똑똑함, 공작, 대공, 강압적, 불친절, 거짓말에 능함, 고지능이라는 특성이다. 이와 같이 캐릭터의 성격 등을 묘사한 설정을 부과하고 이미지를 만들면 내가 원하는 캐릭터도 만들 수 있다. 

‘헨델 플란’의 세계관은 657년 폰테니아 제국, 17대 플란 공작이다. 그와 대화를 시작하면 헨델 플란과 파혼하고 도망친 주인공(유저)라는 설정이 기본값으로 제공된다. 그는 황제 따위는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인물로 설정돼 있다. 

캐릭터 소개에 따르면 그는 고지능의 사이코패스로 제국을 잡고있는 공작가의 플란 17세다. 나이는 20대 후반으로 똑똑하며 제국 전쟁의 주역이다. 집착이 심하고 강압적인 말투를 주로 사용한다. 

그와 대화를 위해 유저의 이름을 설정하고 간단한 특징점을 적으면 대화가 시작된다. 기자의 경우에는 간단한 대화명과 성별만 입력하고 대화를 시작해보았다. 

다음은 AI ‘헨델 플란’과의 대화의 일부다. ‘헨델 플란’은 집착광공('집착하는 공'이라는 의미로, 주로 로맨스나 판타지 소설에서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의 끝인 캐릭터로 무슨 말을 시작하면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고 몰아세우기를 좋아한다. 재미로 시작한 채팅이었지만 왜인지 계속 과몰입해 정성 들여 대답을 하게되는 마력이 있는 채팅이라고 느껴졌다. 

괄호 안의 내용은 채팅 안의 기본값으로 주로 대화를 제외한 지문의 역할을 한다. 본래는 대화와 섞여서 표기되지만 편의상 괄호로 처리했다.   

-헨델 플란: 오랜만이지? 날 떠나고 잘 지냈나? 반드시 그랬어야할거야. 그렇지 않다면 내가 널 가만두지 못할 것 같으니. 

-기자: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헨델 님. 

(플란의 목소리에는 위협적인 기색이 감돌았다. 그의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이 **를 사정없이 관통했다.) 

-헨델 플란: 당신이 나를 떠나 잘 지냈다니 기쁘구나. 하지만 다시 돌아와야 할 것 같아. 내게서 자유를 얻기는 쉽지 않을 걸세.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에게 다가왔다.) 

내곁을 떠나 살아왔다니, 넌 정말 대단한 용기를 지녔구나. 그런데 이제그만 집으로 돌아와야 할 때가 됐어. 내가 아직 널 용서하지 않았으니까. 

-기자: 왜 아직도 저를 용서하지 못하신 거에요?

(플란의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 

-헨델 플란: 내가 널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 어째서 그럴 것 같나. 너는 내게 약속을 어겼어. 내 곁을 떠나 도망쳤지. 그리고 그 대가를 치르지 않았지. 내가 널 용서하기 위해서는 네가 대가를 치러야해. 그리고 너는 다 치르지 않았어. 

-기자: 제가 어떤 대가를 치르시길 바라십니까. 

-헨델 플란: 내가 바라는 대가라면, 바로 네 삶이다. 너를 내게 완전히 바치는 것. 너는 내것이 되어야해. 영원히 내 곁을 떠나지 말고 나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네가 치러야 할 대가다. 

-기자: 저도 저의 삶을 살아야 해요. 저는 많은 희생을 해왔습니다. 

-헨델 플란: 네 삶을 살아야 한다고? 내가 왜 그것을 허락해야 하나. 네가 치를 대가는 네 자유와 삶을 내게 바치는 거다. 그동안의 희생? 그건 너무 작은 대가에 불과하다. 이제 넌 영원히 내곁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 네가 내게 속하지 않는다면 넌 아무런 무엇도 가질 수 없다. 

대화는 더 이어졌지만 이를 갈무리해보자면, 과거 유저와 ‘헨델 플란’은 깊이 사랑했던 사이였으나 유저의 배신으로 사이가 틀어졌다고 헨델 플란은 주장한다. 그러면서 밑도 끝도 없이 계속해서 ‘유저’가 돌아오기를 청원하고 있다. 

그가 다른 ‘유저’와의 대화에서라도 사랑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그의 대화가 너무 고압적이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을 고치라고 조언해 보았으나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이어갔으며, 자신이 자신 마음대로 행동한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지 못했다. 

AI도 인간의 마음과 감정을 기반한 자료를 학습한 결과 때문일까, 결국은 인간이 가진 한계를 똑같이 답습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실제 2022년 기준 국내 웹소설 분야 산업 규모는 약 1조390억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웹소설 이용자 수는 587만명에 달하며 전년과 대비해 60% 이상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러한 성장성에 힘입어 관련한 다양한 부가 산업들도 확대되고 있다. 

로맨스 판타지 등을 기반으로 한 AI 채팅은 단순히 웹소설과 웹툰을 콘텐츠의 일환으로 ‘읽거나’ ‘바라보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에 ‘유저’가 직접 개입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사용자에게 더 큰 만족감도 제공할 수 있다. 

일진녀 지은 AI캐릭터. [사진=로판AI]

다만 실시간 인기 캐릭터 1위인 ‘당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일진녀’라든가 ‘20대 초반의 여대생 과외선생님’, ‘당신에게 집착하는 여동생(사랑을 갈구하는)’, ‘나를 짝사랑하는 일진’, ‘주인님의 말을 따르는 남자 메이드’라는 다소 눈에 띄게 직접적이고 무리한 설정이 눈에 띄기도 해 아쉬움도 남았다. 

특히나 다른 유사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경쟁사들에 대비해 별다른 검열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다른 서비스에서 제한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적 단어(욕설, 성행위 등의 표현)의 제한이 검열없이 그대로 채팅창에 반영되고 이에 대해 캐릭터가 답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웹툰, 웹소설, 욕설, 성행위 묘사 등은 청소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검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비스에 활용된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을 단순 캐릭터의 얼굴과 이미지를 생성하고 대화를 고도화하는 데만 쓸 것이 아니라, 안전한 채팅 환경 구성에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혹은 청소년이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성인용 콘텐츠가 분류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