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 카지노

‘비상’ 신동빈·정용진 선택은 ‘몸집 줄이기’

계열사 본사 이전 통해 임대료 아끼기 나서 희망퇴직, CEO 교체 등 ‘고강도’ 조직 슬림화 “고물가·경쟁심화에 비상경영 기조 유지될 듯”

2024-09-08     김종효 기자
[사진=롯데그룹/신세계그룹]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롯데그룹과 신세계가 나란히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고,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시행한 데 이어 일부 계열사들의 본사를 이전해 임대료를 줄이려는 모습도 보인다.

◇대규모 조직 개편에 본사까지 이전하며 ‘고육지책’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와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들이 본사 이전을 추진하거나 이미 진행했다. 업계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비용 절감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먼저, 롯데그룹은 주요 계열사에서 대규모 조직 개편과 본사 이전을 추진 중이다. 

롯데하이마트는 본사 사옥 이전을 검토하고 있으며, 임차료 절감을 위해 새로운 사옥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현재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본사를 임대하고 더 비용이 낮은 곳을 임차하려는 계획이다. 이전하려는 곳은 서울 보라매역 인근 등이 후보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은 앞서 지난 7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 테헤란로로 본사 이전을 마무리했고,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중구 수표동 시그니처타워에서 강동구 천호동으로 본사를 옮기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신세계그룹 또한 SSG닷컴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에서 적극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2022년 W컨셉과 함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에 본사를 마련했던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은 비용 절감을 위해 내년 상반기께 본사를 이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유력 후보지로는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영등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SSG닷컴 본사가 위치한 역삼동 센터필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집무실과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이 있는 곳으로, 신세계그룹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면서 SSG닷컴에 힘을 실어주려는 모습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주변에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플랫폼인 G마켓도 위치해 있어 온라인 플랫폼 간 시너지를 강화하려는 모습도 있었다.

그러나 SSG닷컴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결국 본사 이전이라는 방법으로 몸집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SSG닷컴은 지난 6월 물류 부문을 CJ대한통운에 모두 맡긴 데 이어 7월에는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운영 비용 절감을 본격화했다.

SSG닷컴의 영업 손실 누적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용진 회장은 성과 중심의 보상 시스템을 도입, 임원들의 성과를 철저히 평가하고 이에 따른 보상 및 제재를 강화했다. 신세계그룹은 비상경영체제 속에서 조직을 효율화하고, 급여 삭감, 임원 재편 등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VCM에 앞서 스타트업의 혁신 DNA를 경험할 수 있는 '2024 롯데 인베스트먼트 쇼케이스'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이 고해상도 AR용 글래스 생산 스타트업 '레티널'의 기술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실적 부진 속에 선택한 신동빈·정용진의 ‘비상경영’

이같은 움직임은 각 그룹 총수의 비상경영체제 선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앞서 지난 7월 ‘2024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그룹 경영 목표인 ‘지속가능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언급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발생 하더라도 이를 극복하면서 지속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도 경영목표 달성 및 재도약을 위해 경각심을 높여줄 것을 단호하게 당부했다.

특히 지속가능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가치경영’으로 강조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하반기 경영방침으로 △기존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업에서의 안정적 수익 창출 △미래 성장을 위한 고부가 사업 확대 △재무 건전성 관리 강화 등 4가지를 전했다.

이어 신 회장은 그룹 내 계열사 사업을 재검토하고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겠다며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롯데면세점이 잠실월드타워점 매장 축소, 사업부 구조 개선에 이어 희망퇴직까지 실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앞서도 신 회장은 그룹 내 계열사들의 사업 재검토와 수익성 강화를 핵심 목표로 제시했으며, 이는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임대 비용 절감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또한 롯데그룹은 CEO와 임원진을 대폭 교체하며 세대교체와 함께 외부 전문가를 영입, 신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도 정용진 회장 취임 후 실적 중심의 비상경영을 시행 중이다. 임원 기본급을 낮추고 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체제를 마련했으며, 정기인사 시즌이 아니더라도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의 CEO를 과감히 경질했다. ‘신상필벌’을 기조로 실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그룹은 비상경영체제 속에서 조직을 효율화하고, 급여 삭감, 임원 재편 등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마트 등 주요 계열사까지 실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양 그룹은 특히 온라인 쇼핑몰 부문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전략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 속에서 선택한 리더십 교체, 조직 슬림화, 경영 효율성 극대화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본사까지 이전하는 강수를 둔 것은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회장의 비상경영 방침을 실행으로 옮긴 예 중의 하나이며, 고육지책으로 통하는 몸집 줄이기를 선택할 정도로 그룹 총수들이 현재의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대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