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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최대 리스크는 ‘이복현의 입’···10일 은행장 간담회 ‘주목’

간담회서 제각각 정책 조율할 듯···실수요자 중점 오락가락 발언에 금융권 “시장 혼선·혼란 가중” 비판 학계 “은행 정책 만으론 한계···기준금리 올려야”

2024-09-09     염보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시중은행장들과 만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논의한다. 

최근 '오락가락' 발언으로 은행과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이 거센 가운데 이 원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9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전국은행회관에서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진다.

이날 자리는 은행마다 제각각인 대출 정책을 조율하는 한편, 실수요자가 대출 제약을 받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4일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에서 ”은행마다 상품 운영이 들쭉날쭉한데 은행이 자체적으로 합리적인 선에서 기준을 맞춰야 한다“면서 “추석 전 빠른 시일 내에 은행장 간담회 등을 통해 가계대출 관리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실수요자 대출절벽 우려에 대해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면서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은 계속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권과 긴밀히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대출 정책 통일, 실수요자 보호 등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이 원장의 불명확한 소통 방식이 오히려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명확하지 않은 메시지로 은행권의 대출 정책 엇박자를 만들었고, 이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전가됐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환대출 인프라를 개시하며 은행권의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했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꿈틀거리자 은행권의 가계대출 취급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실제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르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가계대출 취급액은 지난달 21일 이미 연간 목표 수준을 1.5배 상회했다.

지난달 2일 이 원장의 “무리한 대출 확대를 자제하라”는 주문에 은행권은 릴레이 금리 인상을 폈다. 4대 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만 무려 22차례 올렸다.

하지만 릴레이 금리 인상은 다시 이 원장의 말 한마디로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 조치를 ‘손쉬운 방법’으로 평가절하하며 “당국이 바란 부분이 아니었다”고 지적하면서다.

이를 두고 은행권 일각에서는 20여차례 금리 인상을 손 놓고 지켜보던 금융당국이 갑자기 선긋기에 나섰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부행장 출신 한 인사는 “은행 입장에서는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메시지가 나올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릴레이 금리 인상을 (금감원 입장에서) 예상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의 금리 인상 제동은 각 은행의 경쟁적인 대출 제한 조치로 이어졌다.

각 은행은 앞다퉈 모기지보험 상품(MCI·MCG) 가입을 제한했고, 한 발 더 나아가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주담대 만기를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는 대책을 내놨다.

이달 들어서는 주담대 대출을 무주택자로 제한하거나 유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을 막는 등 보다 공격적인 대출 공급 축소에 나섰다.

신용대출로 풍선효과가 일어나자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강경책까지 마련했다. 

그러자 이 원장은 실수요자 보호론을 폈다. 자금 융통 계획이 어그러진 실수요자들의 원성이 깊어지면서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인사는 “실수요자 보호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정확한 메시지를 줘야 은행이 정확한 대출 정책을 짤 수 있지 않겠냐”면서 “가계대출을 조이라고 했다가, 금리 인상은 안 된다고 했다가, 이제는 실수요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한다. 내부적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 원장의 발언이 오락가락한다”면서 “실수요자를 위하는 발언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시장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학계에서는 은행권 팔을 비트는 것 만으로는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위해서는 결국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것 같다고 생각하니까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려고 하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주담대를 누르면 신용대출로 가고, 신용대출을 누르면 당연히 2금융권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최근 모든 정책이 효과가 없다면 금리 인상 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는데, 공감한다”면서 “금감원에서 은행들을 옥죄고 있는데,  주택시장에 불이 붙으면 어지간한 규제로는 (수요를 잡기) 쉽지 않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조금 더 올려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의지를 더 보여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대출을 해주는 공급보다 많은 상황에서는 가격(금리)을 올리는 방식으로 총량을 줄여야 한다”면서 “통화정책은 통화정책대로 시행하되,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부채 탕감 등 사회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