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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에 발목 잡힌 기술력”···K조선, 中 초대형 합병에 ‘긴장’

8월 조선 수주 점유율 2% 불과···꽉 찬 도크에 수주 물량 급감 해운업계 얼라이언스 개편, 전략 변화로 선대 구성 변화 감지 공급 과잉 우려에 선박 가격 경쟁력 도마 위···기술 승부도 한계

2024-09-12     김종현 기자
[사진=HD현대중공업]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2025년 해운동맹 개편이 본격화되면서 동맹 간 경쟁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선대 구성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되면서 조선업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더욱이 해운사들은 최근 공급과잉에 대비해 경제성 검토에 적극 나서면서 선박 가격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급부상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 점유율은 선별 수주를 이유로 2%에 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387만톤으로 이 가운데 중국이 90%인 347만톤을 수주했고 한국은 8만톤 수주에 그쳤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주요 조선사들이 3년여치의 수주 잔고로 인해 건조슬롯 포화 문제 등이 겹치면서 적극적인 수주에 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건조슬롯 일정이 꽉 차 있는 만큼 추가 수주 시에도 건조까지는 상당시일이 걸리게 돼 선사들과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면서 “더욱이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목표치를 넘어선 지 오래전이고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도 올해 상당한 수주 물량을 확보한 만큼 성급하게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 8월 조선 수주량 2%에 불과···선별수주 격차만 확대

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조선업계뿐만 아니라 수요처인 해운업계에서 여러 변수가 등장하면서 업계 긴장감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중국 당국이 중국 1, 2위 국영 조선소를 합병하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들과의 선박 수주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1위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은 지난 2일 2위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을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앞서 양사는 2019년 합병을 선언했지만 독립 경영을 진행하면서 두 그룹 내 조선사들이 수주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양쯔강을 기준으로 남쪽 사업부가 상업용 선박을 건조하고 북쪽 사업부가 특수선 선박을 주로 건조해 왔다.

[사진=중국 차이신 캡처]

하지만 CSSC가 올해 상반기 적자 전환하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을 선택했다. CSSC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360억1700만위안(약 6조7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99%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1억9800만위안(2260억원) 적자 전환됐다.

그러나 CSSC와 CSIC가 합병을 완료하면 총자산과 시가총액이 각각 4000억위안(75조3000억원), 3000억위안(56조5000억원)에 달하고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1000억원위안(18조8000억)원을 넘기며 세계 조선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는 최대 규모의 상장조선기업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당장 신규 조선소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어서 영향력은 미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수주한 일감을 선종별로 야드에 몰아주면 효율성 제고와 제조 경험 향상이 가능해 장기적 영향을 피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 얘기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규모 확대와 재무개선 효과 등을 바탕으로 기술 추격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미 LNG기술을 두고서는 한국 조선업계가 완승했지만 향후 친환경 기술을 두고서는 박빙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더욱이 최근 들어 높아진 신조선가로 인해 해운업계가 신조 발주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등 가격경쟁력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요소다.

해운업계는 2025년부터 해운동맹 개편이 마무리되고 경쟁에 본격화되면서 얼라이언스 간의 전략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현재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향후 상당한 신선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올해 해상운임 상승을 주도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차츰 해소될 경우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해운업계가 치킨게임으로 인해 당시 상당한 중소 해운사들이 구조조정을 피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면서 “국내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굵직한 해운사들의 파산을 피하기 힘든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계자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치킨게임을 벌이기는 쉽지 않지만 향후 상당량의 신선이 인도되면서 선복량이 확대돼 공급과잉을 피하기 쉽지 않다”고 염려했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에서는 당장 선박 확보도 중요하지만 경제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 판 키우는 중국···좁혀지는 친화경 기술 격차가 관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선박을 새로 인도받으면 적어도 20년에서 25년가량을 사용하게 되는 만큼 환경 규제부터  여러 여건을 고려해 수익성 창출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제해사기구(IMO) 규제 등으로 친환경 선박 의존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급등한 신조선가를 감수하기는 쉽지 않아 선주사들로서는 치열한 눈치싸움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 HMM이 지난 10일 2030 중장기 투자전략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신 해운동맹 ‘프리미어 얼라이언스’가 선복량을 확대하고 서비스노선을 확충하기 위해서 HMM도 지속적으로 선박 확대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히면서도 꼭 국내 조선사에 발주할지는 검토 중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국내 조선업계가 친환경 선박 기술에서도 앞서나가고 있지만 선박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제성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HMM]

더욱이 선박 규모를 두고서도 과거 코로나 특수 등으로 인해 초대형 선박을 중심으로 편성돼 왔지만 이제는 오히려 초대형 선박이 공급과잉을 초래하고 다양한 노선 투입을 저해할 수 있어 적당한 규모의 중대형 선박 중심으로의 개편 움직임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운업계가 가격 경쟁력에 집중할 경우 K조선은 한동안 수주 가뭄에 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에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중국과의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수 있어 기술 초격차를 통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 기술을 두고 아직 명확하게 주도권을 잡은 연료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으면서 상당 기간 혼란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면서 “중국 조선업계도 이미 메탄올 부분에서는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는 만큼 차세대로 불리는 암모니아, 수소 등의 기술에서 주도권 확보 여부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