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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전유물 옛말”···전통제약사 홀린 ‘고수익’ CDMO

CDMO, 연평균 ‘12.2%’ 성장세에 2026년 ‘270억 달러’ 압도적 영업이익률 차이···삼성바이오로직스와 ‘4배 차’ 유한양행·종근당·녹십자·한미약품·대웅제약, 적극 투자

2024-09-13     이승준 기자
전통제약사들이 바이오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을 넘보기 시작했다. [사진=프리픽]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전통제약사들이 바이오 기업들의 먹거리로 여겨졌던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을 넘보기 시작했다. 수익성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자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신약개발보다 위험 부담이 적다고 판단,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제약사들 사이에서 CDMO가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분석 결과,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 규모는 지난해 191억 달러에서 2026년 27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세로만 따지면 연평균 12.2% 수준이다.

바이오의약품 제조 인프라 확보의 높은 진입장벽도 CDMO의 수요를 높이는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허가를 받으려면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사업 초기 생산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데다 기술장벽이 높아 CDMO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전통제약사들이 CDMO에 주목하는 이유로 ‘수익성’을 들고있다. 기존 사업과 견줬을 때 시간 투자 대비 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영업이익률의 경우 전통제약사들은 10% 내외이나, 대표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1%를 기록했다.

‘적은 위험 부담’ 또한 전통제약사들이 CDMO 사업에 몰리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전통제약사들의 주요 사업인 신약개발에는 10여년간 수천억원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성공률은 약 9%로 리스크가 크다. 반면 CDMO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바이오의약품이 고가인바 마진율도 높다.

미국 생물보안법이 기회로 작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종민 한미약품 CDMO 그룹장은 “중국 위탁생산(CMO) 업체들의 수주 약화로 기존 상업물질의 공급중단이 우려돼 대체 탐색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우수한 설비·경험을 갖춘 국내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이른바 ‘5대 제약사’로 불리는 유한양행, 종근당,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전통제약사들은 잇달아 CDMO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사업 확장에 나섰다. 사업에서 핵심기반이 되는 ‘시설 규모’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분위기다.

먼저 ‘유한양행’은 자회사인 ‘유한화학’과 함께 원료의약품(API) 사업을 확장 중이다. 유한화학은 CDMO 사업을 위해 총 생산능력(CAPA) 70만 리터 규모의 미국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시설을 늘렸다. 화성공장에도 신규 API 생산동을 추가 증설하고 있다.

‘종근당’도 자회사 ‘경보제약’을 내세워 CDMO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프로티움사이언스·파로스젠과 항체약물접합체(ADC) 관련 공동개발·생산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내부적으로는 ADC 생산을 위한 대규모 공장 시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C녹십자’ 또한 유사한 방식을 취했다. 계열사 ‘지씨셀’은 본격적으로 CGT(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씨셀은 15년 이상 장기적으로 항암 면역항암제 ‘이뮨셀엘씨주’를 생산·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세포치료제의 CDMO 계약을 늘려가고 있다.

‘한미약품’은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CDMO 사업의 기반으로 삼았다.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최대 1만2500 리터 규모의 배양기와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인력·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완제의약품 기준 연간 2000만개 이상 프리필드시린지 주사기를 제조할 수 있는 생산능력이다.

‘대웅제약’도 생산능력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약 1460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3월 대웅바이오 바이오공장을 착공해 올해 3분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우선 미생물 기반 유전자재조합의약품 CMO 사업에 집중한 뒤 향후 CDMO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객사 확보가 관건인 만큼 시장의 신규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고객사 입장에서 경쟁 제약사에 CDMO를 맡기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면서 “전문 CDMO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