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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70년 만에 ‘헤어질 결심’···피해는 주주에게

2024-09-24     김종현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영풍그룹의 지주사인 ㈜영풍이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돌입하면서 경영권을 두고 격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 영풍 측은 “최윤범 회장의 전횡을 막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며 “스스로 팔을 자르고 살을 내어주는 심정으로 MBK 파트너스에 1대 주주 지위를 양보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국가기반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 투기자본에 인수되면 안된다고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양측의 갈등은 그간 영풍그룹을 일궈온 장시 집안(영풍)과 최씨 집안(고려아연)의 갈등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여러 설들이 난무하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가운데 지역 정치권까지 합세하는 등 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의 갈등은 결국 공개매수 마감일이 지나야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래도 양 가문이 동업 관계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이번 사태 이전부터 각자의 심정이 상한 상황에서 과거의 든든한 동업자로서의 위상을 되찾기는 힘들다는 게 안팎의 얘기다. 더욱이 영풍이 MBK를 앞세워 최 회장을 저격하자 고려아연도 장형진 고문을 겨냥하는 등 사실상 인신공격 수준으로 악화되면서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칫 투자자 또는 주주들만이 들러리 서며 피해에 가장 많이 노출됐다는 점이다. 현재 고려아연의 주가는 공개매수가를 넘어 70만원대를 넘어선지 오래다. 하지만 이를 정상가격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지난해 말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그룹)가 MBK 측이 참전해 형제간의 지분경쟁에 나서면서 가격이 치솟았다가 공개매수에 실패한 이후 이전 가격으로 돌아왔다. 일각에서는 그것만으로도 CEO 리스크를 입증했다는 분석도 내놨지만 그 사이 주주들의 금전적 피해는 극심했다.

이는 고려아연도 마찬가지다. 노조와 울산시 등을 중심으로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에 시동을 걸었지만 지금은 이미 시장가를 넘어선 상태다. 주가가 다시 곤두박질치면 그 피해는 고려아연을 지켜주겠다고 나선 선의의 주주들 몫이 될 뿐이다.

이번 고려아연 분쟁은 양 가문의 결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양 가문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결국 서로 갈라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양측 모두 헤어지기에 충분한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단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양측 모두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을 뿐, 주주들을 내세워 방어막을 삼고 있는 모양새라는 점은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