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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 vs 한화 ‘천궁II’ 대립···집안싸움 왜

이라크 천궁II 수출 발단···사전 협의 두고 양측 갈등 키워 방산업계 ‘악의 경쟁’ 만연···KDDX 사업도 수주 놓고 홍역 기술경쟁 양날의 검···덩치 키운 업체간 충돌 피히기 힘들어

2024-09-26     김종현 기자
천궁II.[사진=대한민국 공군]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LIG넥스원이 이라크 정부와 천궁II 계약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진출의 청신호를 켰지만 가격과 납기 문제로 한화와 갈등을 빚고 있다.

2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24일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3개 사를 불러들여 천궁II 이라크 수출과 관련해 중재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3사 모두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어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LIG넥스원은 지난 20일 이라크 국방부와 3조7135억원 규모의 천궁II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천궁II는 8개 발사관을 탑재한 발사대 차량 4대와 다기능 레이더, 교전통제송 등으로 포대를 구성하는 데 LIG넥스원이 미사일과 통합체계를, 한화시스템이 레이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와 차량을 각각 맡고 있다.

이에 천궁II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3사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수출을 두고 한화 측에서 LIG넥스원 측이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납품 가격과 납기에 대해 상세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이 이뤄졌다”면서 “LIG넥스원이 납기 등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LIG넥스원 측은 “수출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에 가격과 납기를 제시해달라고 한화 측에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면서 “지난 5월과 7월에 각각 협의한 납품 가격과 납기를 기준으로 계약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 계약전 사전 조율 두고 격돌···일방적 통보 반발

천궁II는 군 당국이 개발 단계에서 유도탄 생산 업체를 주체계 업체로 결정함에 따라 LIG넥스원이 주체계 업체, 한화가 부체계 업체를 맡아왔다. 이에 사업 대표는 LIG넥스원이 맡아 왔고 우리 군에 공급하거나 수출 시 3사가 사전 협의한 후 본계약을 체결해 왔다. 앞서 체결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수출도 동일한 과정을 거쳤다.

문제가된 이번 이라크 수출은 논의 초기부터 현지에서 이른 시점 공급을 요구해 오면서 그간 상당한 진통을 겪어 왔다. 실제 방사청 관계자는 ”먼저 계약한 사우디보다 이라크에 일찍 천궁II를 공급하는 것으로 계약됐다“고 밝힐 정도로 급박하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이라크 정부가 요구한 납기에 대해 LIG넥스원 측 역시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특히 대안으로 제시된 우리 군에 배치된 물량을 대여해주는 방안도 국방부가 거절하며 무산됐다.

이후 3사는 지난 7월 중순 고위직들이 긴급 회동을 하며 설비 투자 확대 등 방안을 강구했고 약 1주일 뒤 LIG넥스원 측이 이라크와 재협상 일정을 잡았지만 한화 측이 난색을 표하며 또다시 불발됐다.

하지만 LIG넥스원은 한화 측을 재촉해 몇 가지 조건을 달고 앞서 열린 공위직 긴급 회동 결과를 재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이라크 국방부와 협상을 재개해 결국 계약을 성사시켰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양측의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양측은 가격과 납기 등에 협의를 두고 서로의 탓하는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 LIG넥스원 측은 한화가 응답안했다는 입장이고 한화는 이라크 계약 체결까지 간 것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항변하고 있다.

특히 한화 측은 ”이라크의 급변하는 정세와 재정적 여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중하게 수출을 추진해야 함에도 LIG넥스원이 덜컥 이라크와 계약해 놓고 국내 업체들을 상대로 가격 후려치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LIG넥스원 측은 ”조율해 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해명하며 ”한화 측이 과거 이라크 사업의 아픈 기억 때문에 유독 예민한 상황인 것 같다. 이를 감안해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착실히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를 두고 방사청에서는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사례는 처음이라며 3사를 불러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조율을 마치기까지는 상당 시간 및 진실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갈등 양상은 이미 방산업계에서 빈번히 발상하고 있어 업계 안팎으로도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군에 공급하는 무기를 개발 또는 양산할 때 업체들은 툭하면 싸움을 벌이고 있고 급기야 수출을 놓고서도 서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으르렁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방산업계에 만연한 ‘악의의 경쟁’ 풍토가 방산 생태계를 좀먹는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이미 국내 방산업계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KDDX사업을 두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개념설계를 한화오션이 수주해 완료한 이후 기본설계 수주 직전 국가 기밀 유출 사건이 발생하며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결국 기본설계 수주를 HD현대중공업이 가져가면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앞두고 갈등은 최악에 다다르고 있다. 통상 상세설계는 기본설계 업체가 관행적으로 수주해 왔고 규정에 명시돼 있는 상황을 두고 한화오션 측은 엄연한 기술 유출이라며 경쟁 입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방사청 역시 고심을 거듭하며 사업 발주 자체가 표류하고 있는 모양새다. 방사청 측은 최근 양사 간 ‘공동개발, 동시 발주, 동시 건조’라는 고육지책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전례가 없던 일이라는 점에서 논란만 확대되고 있다.

천궁II.[사진=LIG넥스원]

◇ 갈등 조율에도 고육지책까지 '극심'

이뿐만 아니라 최근 방사청의 ‘정찰용 무인수상정(USV) 체계개발사업’을 두고서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 11일 해당 사업을 수주했지만 이와 관련한 기술자료를 한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LIG넥스원 측에 유출한 의혹을 받아 방첩사령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특히 경쟁했던 한화시스템 측은 협의가 입증되면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면서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이 덩치가 커지고 신규 영역 확대에 적극 대응하면서 업체 간 충돌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국내 무기체계개발은 각사마다 지정된 영역에서만 이뤄졌지만 방사청 출범 이후 기술경쟁을 통한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에서 경쟁체제로 전환되면서 영역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군 당국이 경쟁을 통한 기술 발전에 주목하는 만큼 어려 사업을 두고 업체들 간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과거 지정된 사업을 틀이 깨진 만큼 기업으로서는 성장을 위해 고민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관계자는 또 ”지금의 정책은 양날의 검일 수 있지만 선진 방산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수출 시장 등에서 국내 업체 간의 경쟁이 격화될 경우 자칫 방산 수출 상승세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어 방사청 차원에서의 사전 교통 정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산기업도 이윤 추구를 위해서는 저마다의 가장 유리한 방법을 찾다보니 갈등을 빚는 것 같다“며 ”다만 관련 수출이 국가 간 협의라는 점에서 당국 차원에서의 제도 보완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