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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OTT한테 ‘방발기금’ 걷으면 살림살이 나아질까

2024-09-25     유은주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은주 기자] 방송통신발전기금, 줄여서 방발기금을 징수해야 하는 대상을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OTT와 글로벌 미디어 빅테크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산학연 관계자들의 찬반 논쟁이 뜨겁다. 

방발기금은 본디 방송 통신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금이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징수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금이 현재 미디어 생태계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OTT 등 뉴미디어 시대로의 재편으로 콘텐츠 시장이 달라졌는데 방발기금만 구시대적인 기준에 갇혀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송 업계에 따르면 방발기금은 징수 대상뿐 아니라, 방법과 기준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 유료방송사업자의 징수 기준은 지난 2017년의 기준을 여전히 적용하는 등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또 사업자별 상이한 모수 체계로 기준이 합리적이지 못하며,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도 발생했다. 

게다가 기금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방발기금이 전년대비 15.4% 줄어든 1조2527억원으로 예상했다. 주파수 할당대가와 유료방송사업자들의 분담금으로 이뤄진 방발기금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내년 방발기금 총계는 올해보다 30% 감소한 8763억원에 이른다. 

이에 방발기금 규모 축소에 따른 체계 전환 필요성도 지속 언급되고 있다. 기금을 내는 레거시 사업자의 수익은 점차 악화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OTT, 포털,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들은 국내 통신 인프라 등 다양한 장점을 누리고 있으면서 왜 기금 마련 논의에서 빠져있냐는 것이다. 

OTT에도 기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는 해외의 사례도 들고 있다. 유럽과 캐나다 등에서 이미 OTT에 방발기금을 분담하도록 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OTT업계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OTT관계자는 방발기금이 실제 OTT 영역까지 확대됐을 때 어떤 실효성과 형평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을 전하기도 했다. 글로벌 OTT와의 경쟁을 위해선 선투자가 필수적인데 콘텐츠 투자를 위한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방발기금 부담이 커질수록 투자의 여지가 적어지고, 해외 진출과 K콘텐츠의 위상마저 위험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OTT에 방발기금을 추가로 걷더라도 실제 기대수익이 너무 적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OTT 등 콘텐츠 미디어 사업자로의 징수 대상 확대는 지양하는 입장이라며, 넷플릭스 등에 기금을 걷어도 실제 제도적 논쟁의 어려움 등을 고려했을 때 실익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글로벌 OTT의 기금 납부보다 기금을 비롯한 망 대가 등 규제 비용이 증가하게 되면 글로벌 투자 배분에서 한국의 우선 순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실제 부담금에 대한 기대 수익보다 사회경제적 효과의 감소가 더 클 수 있다는 걱정이 이어지는 이유다. 

더불어 결국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유튜브 등 글로벌 빅테크에는 기금을 징수하지 못해 국내 사업자에게만 불평등한 제도가 될 가능성도 높다. 우리나라의 법률보다는 본국인 미국의 법률을 적용받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의 경우 국내법을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각에서 주장하는 해외사례의 경우에도 차이가 있다. 유럽과 캐나다의 ‘기금’은 자국의 콘텐츠를 보호하기위한 정책 지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랑스 등 해외에서 글로벌 사업자로부터 미디어 산업을 보호하기위해 걷는 ‘기금’의 성격과 우리나라의 사례가 다르다고 지적받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들은 OTT의 방발기금 징수 문제 뿐 아니라 오래된 제도의 정비를 통해 법 체제 개선의 필요성을 지속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제언하듯 OTT에 돈을 걷느냐 안걷느냐가 당장 중요하다기보다는 징수 대상의 명확한 분류, 징수 방법의 간소화, 징수 비용의 합리적 기준 마련 등 큰 틀부터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오래된 OTT 포함 논의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기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합리적 조정을 우선시 해야할 때다. 너무 복잡하게 엉킨 매듭 끈은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급하게 끈을 들고 작은 매듭 자체에만 골몰하면 전체 끈은 더 엉키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