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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빈수레 논란···‘지적재산권’에 발목 잡혔다

자신감 드러냈던 팀코리아 수주, 빈손 결과에 몸살···원천기술에 골머리 한수원, 소송과 중재방안 마련에 고심···본 계약 기간까지 해법 마련해야 근본적 문제해결 필요성 확산···미래 원전 생태계 위한 경제성 확보 절실

2024-09-27     김종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체코 플젠 산업단지 내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서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과 터빈 블레이드 서명식을 마친 뒤에서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와 미소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이 빈수레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IP)이 발목을 잡고 있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원전 업계 등에 따르면 업계 안팎으로 윤 대통령 체코 순방에 맞춰 체코 원전 수주 본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었지만 양국 간 상호 협력을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며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이번 대통령 순방에는 국내 5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관련 업계도 총출동하는 등 수주 확정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 계약까지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국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저가 수주 논란 및 원천기술 문제 등이 거론되며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국가적 지원두고 근거 없는 낭설 개탄스러워

이를 두고 대통령실 측에서는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기업이 수주와 사업 참여를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것뿐인데 어느 기업이 손해나는 사업을 하겠는가”라며 “정치권 일각에서 체코 원전 사업 참여를 두고 ‘덤핑이다. 적자 수주다’ 하며 근거 없는 낭설을 펴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체코 방문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체코 원전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맞지만 아직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IP) 문제에 있어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본계약 체결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체코 원전은 웨스팅하우스와의 구체적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본계약을 기대하긴 애초에 힘들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시한인 2025년 3월까지 마무리 짓는 게 최선“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원천기술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체코 원전 수주 본계약까지는 여전히 험난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실제 한국수력원자력 등 팀코리아는 지난 7월 체코 두코바니 지역 신규 원전 2기 건설사업(5·6호기)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오는 2025년 3월까지 본 계약을 체결하면 약 24조원 규모의 수주가 확정된다.

이번 결과를 두고 경쟁을 벌이던 프랑스전력공사인 이디에프(EDF)를 비롯해 웨스팅하우스는 체코반독점사무소에 “입찰 절차가 공정거래와 투명성 원칙이 결여됐다”며 항의한 바 있다.

더욱이 웨스팅하우스 측은 한수원의 원자로 설계 지재권을 보유했다는 점을 내세워 “자사의 허락 없이 기술 사용은 불가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양사는 현재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며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한수원은 이번 소송에서 APR1400모델의 경우 웨스팅하우스의 APR1000모델과는 기술적 차이를 보유하고 있어 독자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웨스팅하우스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자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웨스팅하우스는 소송·중재 투트랙으로 압박하고 있다. 2022년 10월 “한국의 원전 기술이 자사 기술이기에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미 법원에 한수원을 제소해 1심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지만 곧바로 항소했다. 이와 동시에 대한상사중재원에서도 국제 중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소송과 관련해 진척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체코 원전에 대해서도 소송으로 풀어나갈지 아니면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처럼 중재안을 마련할지조차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관계자는 “황주호 사장 등 경영진이 미국을 방문해 지재권 분쟁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물밑 실무협의도 이어가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이 순방 직전 UAE와 유사한 방식을 언급한 만큼 2025년 3월까지 맞추기 위해 사업을 공유하는 방안 등도 적극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수원, 美서 물밑협의 진행···인수 필요성도 모락모락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바라카 원전의 경우 일종을 기술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분쟁이 타협됐지만 이번 지재권 문제는 미국 원자력법에 따른 미국 승인 없이 수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자칫 한국형 원전 수출 자체가 차단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이번을 기회로 근본적인 IP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는 방안 등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과거 웨스팅하우스가 도시바에 매각될 당시에는 인수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전문가는 “웨스팅하우스와의 해법 모색은 필요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인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설령 인수하려 해도 웨스팅하우스를 보유한 사모펀드 측이 순순히 내놓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적당한 중재를 통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또 “원전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지만 그 위험성도 존재하는 만큼 한수원 측면에서는 현재 원전사업 모델보다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천기술 확보가 더 필요하다. 이미 투트랙으로 진행하는 만큼 SMR 원천기술 확보에 적극 대응할 경우 향후 원전 생태계를 주도하는 데 긍정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는 “기술이라는 게 수요를 미리 예측해야 하는 상황이 전제돼야 한다”면서도 “이미 원전 사업에서 원전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한 만큼 SMR이라도 기술 확보에 선재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미래 위해 SMR에 집중···금융지원 논란도 거세

한편 정치권에서는 체코 원전 수주의 경제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공동 발급한 ’관심서한(Letter of Support)‘에서 체코 정부 측에 “두코바니 6호기 및 테멜린 3·4호기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한국이 수주한다면 ‘가장 최적의 금융조건 제공’을 고려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는 지난 7월 브리핑에서 “금융 지원 조건은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6호기 건설 자금 마련에 고민에 빠진 체코 정부에게 금융지원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신 의원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금융 지원 같은 특별한 혜택 제공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저가 수주 논란도 모자라 금융지원까지 해주는 것은 결국 한국이 돈 내고 원전을 지어주는 안타까운 상황에 대한 우려만 키우는 셈이다“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