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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IRA 폐지” 해리스 “한시적 후퇴”···국내 車업계 촉각

트럼프·해리스, 완성차 노동자 표심 의식해 ‘전기차 의무화’ 반대 입장 당선 여부 따라 IRA 비중엔 차이···“한국 등 주요국 무역 정책 변화 올 것” 현대차 “모든 가능성 염두해 대비” 전문가 “EU·일본 등과 공동 대응해야”

2024-09-30     노해리 기자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현지 주민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영되는 대선 후보 TV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11월 치러질 미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국내 완성차업계의 수싸움이 치열하다. 국내 최대 동맹국이자 미국 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영향이 워낙 크다 보니 산업 전반에선 결과에 따른 전략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트럼프‧해리스, 자동차 포함한 무역에 보수적 입장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무역‧통상 공약에 대해 공통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를 포함한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건 인플레이션감축법(IRA)다. IRA란 기후변화 대응,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 등을 골자로 한 미국법으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재임 기간인 지난 2022년 8월 발효했다. 특히 이 법에서는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제조에서 중국 등 우려 국가의 배터리 부품과 광물을 일정률 이하로 사용하도록 해 전기차 가치사슬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현대차의 경우 이 IRA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SK온·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 지난해 5월 43억달러를 투자해 미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세웠다. 본격적인 가동은 다음 달에 들어가며 고용 규모는 8000명가량이다.

◇트럼프 “IRA 폐지 무게” 해리스 “표심 의식한 한시적 후퇴”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 찬물을 끼얹듯 트럼프 후보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한 외신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면 폐지’를 언급했다. 더 자세히는 “전기차 세액 공제는 일반적으로 좋은 일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되면 이를 뒤집거나 의회에 전면 폐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미국에서 만든 전기차를 구입할 시 최대 7500달러를 할인받는다. 현대차 등 한국 기업도 세액공제를 받고 있으며, 조지아주 공장 건립을 통해 이를 지속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 대선이 다가오자 상황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기차 정책에 회의적인 진단을 내린다. 배터리 산업 애널리스트인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지난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트럼프는 전기차·배터리 시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한다고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실행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한국 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5월 22일 오전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정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현재의 기조는 트럼프와 비슷한 입장이다. 과거 2019년 상원의원 당시 ‘2040년까지 미국 내 신규 자동차 100%를 온실가스 배출 없는 차량으로 의무화’ 법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으나, 이번달 초 해리스 부통령은 미 언론에 “전기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는 선거를 앞두고 자국 자동차 관련 노동자 표심을 의식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셈법은 좀 다르다. 최근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을 위한 공약으로 “미국 제조기업들에 향후 10년간 100억 달러 규모의 세금 공제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친노조 성향을 갖는 해리스가 표심을 위해 무역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더라도 바이든 현 정부의 관세부과 등 무역통상 정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거란 예측이 우세하다. 오히려 IRA 정책이 더 확대될 거란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한 국내 전문가 의견도 결이 같다. 한 무역통상 전문가는 앞서 열린 미 대선 국내 영향 관련 토론회서 “해리스는 철강, 자동차 노동자 등 트럼프의 무역정책 변화에 우려를 갖고 있는 현 노조 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현실적인 입장에서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해리스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대차그룹 “주요 사업 계획대로 이어나갈 것”

한편 그간 전기차 전환을 위해 노력해 온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고민도 깊어진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215억달러(약 28조5300억원)을 미국에 투자해 사상 최초로 대미 최대 투자국에 이름을 올렸다. 자동차 반도체 관련 국내 기업이 IRA 규정 충족을 위해 앞다퉈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한 덕분이다. 앞서 예측한 대로 IRA 폐지 등 정책이 바뀐다면 그간의 투자 대비 결실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측은 “미 대선과 관계없이 계획한 대로 주요 사업을 시행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현대차는 지난 7월 25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트럼프나 해리스 중 누가 되는가는 중요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니터링 및 준비를 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변수에 따라 하이브리드 물량 확대 등 유연하게 이슈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는 미국의 글로벌 완성차 대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승용‧상용차 공동 개발, 생산 및 수소를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협력하는 등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사상 최초로 협약을 맺은 해외 주요 완성차 업체가 대선을 목전에 둔 미국이 대기업이란 점도 의미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경유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 생산 중 65%를 수출하는 산업 특성상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른 빠른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의 정책 변화 타깃인 중국 배제 시, 국내 기업이 이를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와 관련한 통상 및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며, 독일, EU, 일본 등과의 공동 대응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