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도 벤츠와 BMW의 양강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탄탄한 고객 센터망을 앞세운 판매 전략이 ‘팬덤’에만 의존해온 테슬라의 배짱 영업을 압도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26일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기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의 신규 등록대수는 5124대로 전체 수입 전기차(테슬라 제외) 등록 대수의 69.4%를 차지했다. 벤츠의 등록대수가 2878대로 가장 많았고 BMW가 2246대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양사 합계 1만대 가까운 전기차를 판매한 벤츠와 BMW는 개별 회사 기준으로도 테슬라 판매량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양사는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기록(9894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점은 부상하는 벤츠·BMW와 달리 테슬라의 판매량은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의 신규등록 대수는 2021년 1만7826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만4571대까지 떨어졌다. 올 1~5월 기준은 1840대다. 지난해까지 단일 브랜드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팔았지만 이제는 벤츠와 BMW에 밀려 3위까지 내려 앉았다.
업계에서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의 이런 흐름은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7년 한국에 첫 진출한 이후 충성 고객에만 의존해 고객센터나 서비스센터 확충엔 소홀했던 것이 부메랑이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실제 테슬라는 2020년부터 3년 연속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지만 국내에서 품질과 AS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며 최근 고객 인도를 시작한 테슬라 모델 S와 모델 X 역시 지나치게 긴 대기 기간으로 논란을 모았다. 반면 벤츠와 BMW, 아우디, 폴스타(볼보) 등 수입차 브랜드들은 오랜 기간 국내에서 영업하며 쌓아온 서비스센터망을 전기차 시대에도 적극 활용하며 테슬라와 차별화했다.
수입차 업계가 국내 시장에 신규 전기차 모델을 속속 내놓은 것도 ‘테슬라 천하’를 끝낸 배경으로 꼽힌다. 벤츠·BMW에게 한국은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도 큰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모델은 국내에도 소개된다. 벤츠는 1월에 ‘더 뉴 EQS SUV’를 선보인데 이어 고성능 전기 비즈니스 세단 ‘더 뉴 AMG EQE'도 출시했다. BMW도 국내에서 i3, i4, iX 등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올 4분기엔 5시리즈의 전기차 모델 i5가 국내에 상륙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서비스센터망과 같은 고객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테슬라의 경쟁력이었던 긴 주행거리와 자율주행 기능도 비교 우위가 사라지면서 벤츠와 BMW의 양강체제가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드라이브 / 전소민 기자 auto@thedrive.norcal-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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