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대상을 막론하고 소송을 불사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브랜드와 독점성을 보호하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심지어 새 차를 일찍 되팔았다는 이유로 고소하기도 해 논란이 되곤 한다.
일례로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치과의사는 5년 넘게 페라리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페라리는 배상금을 받을 때까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건은 2017년부터 시작된다. 호세 비토르 에스테밤 시케이라는 어린 시절의 환상을 실현하고자 아이코닉한 페라리 F40의 레플리카 제작을 시작했다. F40은 최초로 시속 322㎞를 돌파한 양산 모델이자 엔초 페라리가 ‘완벽하다’고 평가한 마지막 차량이다.
시케이라는 고철에서 구한 재료와 중고 시장에서 구한 부품들을 사용해 자택 외부의 임시 차고에서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작업 기간은 무려 2년으로, 금속판과 알루미늄을 사용해 차체를 직접 제작했고, 1997년식 토요타 캠리의 엔진을 탑재했다.
레플리카를 만드는 데서 그쳤다면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2018년 말, 시케이라의 치과에 도둑이 들어 장비들을 훔쳐 갔고, 막대한 손해를 떠안은 시케이라는 페라리 F40 레플리카 프로젝트 카를 약 1933만 원에 매물로 내놓았다.
이 매물이 페라리의 레이더에 포착됐고, 페라리는 즉시 브라질 변호사를 고용해 저작권 침해로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시케이라가 차량 판매를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광고는 내려갔지만, 이미 페라리가 고소를 진행한 후였다.
페라리는 자사의 디자인을 의도적으로 복제해 돈을 벌려 했다며 저작권 침해와 이익 손실로 약 1027만 원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레플리카가 결국 판매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시케이라가 해당 차량을 판매하려는 의도가 분명했고 매물 광고가 증거였기 때문이다.
시케이라는 페라리의 소송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해 치료가 필요했다며 약 2417만 원의 반소를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결국 2020년 레플리카는 불법 복제품으로 판명돼 파기됐다. 특히, 명백한 모방 시도에도 불구하고 실제 F40과 비교했을 때 마감이 ‘거칠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즉, 애당초 훌륭한 레플리카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편 페라리는 1987년 400대 생산 계획으로 F40을 출시했다. 최종적으로 1300대 이상이 생산됐으며, 그중 213대가 미국 시장용이었다. 그 후 F40은 매우 희귀한 수집품이 됐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norcal-art.com [저작권자ⓒ 더드라이브(TheDriv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