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수륙양용 헬기인 시코르스키 S-62는 1958년 5월 첫 비행에 성공했다. 미국 헬기 제조사 시코르스키 항공이 설계·제작했으며, 약 30년간 미 해안경비대에서 인명 구조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1980년대 해안경비대 구조 대원 프로그램 도입으로 수상 착륙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수륙양용 항공기는 결국 일반 헬기로 대체됐다. 그러나 시코르스키 헬기 조종사들에게 수상 착륙 능력은 비상시 대비할 수 있는 든든한 안전장치였다.
최근 이탈리아 항공 우주 기업 ‘코너 헬리콥터스’가 이런 수륙양용 능력을 현대적 기술로 부활시켜 화제다. 최신 터빈 엔진을 탑재한 ‘K3 안피비오’는 공중과 수상 이동의 경계를 허물었다. 우아한 디자인, 탄소섬유 동체, 고성능 시스템을 갖춘 이 신형 헬기는 항공의 미래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중 비행은 물론 수상 착륙, 이착수, 수상 이동이 가능하며, 두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 다양한 탐사가 가능하다. 이 덕분에 항공 마니아와 전문 조종사뿐 아니라 연구진과 구조팀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회사 측은 "진정한 혁신은 수상 이착륙 능력에 있으며, 이는 탐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면서 "항공과 수상 탐사에 전례 없는 다재다능성을 도입했다"라고 설명했다. K3 안피비오의 심장부는 코너가 자체 개발한 TK-250 터빈이다. 동급 최경량 터보 샤프트 엔진을 자랑하는 이 파워유닛은 무게가 50㎏에 불과하지만 250마력의 강력한 출력을 낸다. 5 대 1이라는 낮은 중량 대비 출력비는 공중과 수상 모두에서 향상된 기동성을 제공한다.
여기에 비행 안전성 강화를 위해 코너 헬리콥터스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보조 시스템(HAS)도 탑재됐다. 90마력 전기모터로 구성된 이 시스템은 터빈 엔진 출력 상실 시 자동으로 작동해 안전한 착륙을 가능케 한다. 전자 제어 방식으로 운용되며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종사에게 실시간 시스템 정보를 제공한다.
수륙양용 능력은 두 개의 전기 워터제트와 접이식 스키드로 구현된다. 전기 워터제트는 터빈을 끈 상태에서도 수상 이동이 가능하다. 또 'GPS 포지션 락' 기능과 연동되어 수상 착륙 시 헬기의 위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로터를 사용하지 않아 조용한 이동이 가능하며, 최대 6㎞를 시속 15㎞로 무소음 주행할 수 있다. 이는 생태보호구역 연구 등 소음 없이 접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수상 안정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첨단 기술도 적용됐다. 전기 선형 액추에이터로 작동하는 접이식 스키드는 얕은 수심에서도 안정적인 착륙을 가능케 한다. 전자 제어식 측면 핀은 파도의 움직임에 대응해 자동으로 각도를 조절한다. 보트의 용골을 모방한 V자형 하부 설계는 측면 움직임을 최소화해 조종사와 승객에게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한다. 이러한 안정성 관련 기능들은 수상 착륙과 이륙 시 모두 중요하며, 특히 구조 임무나 과학 탐사처럼 수상에서 안정적인 위치 유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K3 안피비오는 완전 탄소섬유 소재로 제작되어 강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달성했다. 특수 레진과 코팅으로 방수 처리됐고, 일체형 설계와 경량 소재의 조합으로 연비 효율과 조종성을 향상시켰다.
한편 K3 안피비오는 구조 임무부터 해양 탐사, 항공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제품은 이미 수상 이착륙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현재 양산형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norcal-art.com [저작권자ⓒ 더드라이브(TheDriv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