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신문고를 통해 불법 주정차를 꾸준히 신고해왔던 A씨는 최근 부산 남구청으로부터 신고 ‘불수용’ 답변을 받았다. 월 신고 횟수 10회를 넘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불법 주정차 신고 횟수 제한을 폐지하라 권고했지만, 여전히 지자체들은 주민의 신고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1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이런 사연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집 근처에는 학교가 7개나 있어 퇴근 후 지나다 횡단보도나 소화전, 교차로 모퉁이 불법주차를 보면 제 딸아이가 다니는 길이라는 생각에 신고하고 있다”며 “그런데 저번 주에 답변 온 내용들이 대부분 ‘불수용’으로 오더라”고 했다.
남구청의 불수용 사유는 이랬다. 불법주차 차량은 주민신고제 대상이지만 한 사람의 신고 건수가 월 10회를 초과하면 신고요건에 맞지 않아 과태료 부과 검토를 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불법 주정차 주민 신고제는 불법 주정차를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신고하면 지자체 단속 공무원이 현장 출동 없이 첨부된 사진 등을 증거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주민참여형 신고제다. 절대 주정차 금지 구역은 ▷소방시설 주변 ▷교차로 모퉁이 ▷버스 정류소 ▷보도 및 횡단보도 ▷어린이보호구역 등이다.
그런데 부산 남구청은 지난 4월 20일부터 당초 제한이 없었던 1인 신고 건수를 월 10회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를 변경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청 교통관리과 교통지도팀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당초 신고 취지와는 다르게 특정인 혹은 특정 구역에 대해 반복적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렇게 과태료가 부과되면서 주민끼리 갈등이 일어나는 부작용도 생긴다”고 했다. 주택가 이면 도로의 불법 주정차의 경우 주로 계도 안내를 하게 되는데, 안전신문고를 통해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한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불법 주정차 신고 건수를 보니 한 사람이 한 달에 100건이나 150건, 많게는 300건씩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고자 1인당 평균 한 달 20~30건 정도로 신고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하루 신고 건수를 제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특정 지역에 신고가 쏠리는 부분을 고려해 월 10건으로 제한하게 됐다”고 했다.
‘불법 주정차로 주민 항의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지역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민원이 발생하는 지역에 불법 주정차 단속 CCTV를 설치하거나 인력을 투입해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해당 논란에 대해 지난해 6월 불법 주정차 주민 신고 횟수를 ‘1인 하루 3회’로 제한하는 것은 주민신고제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과도한 제한으로 이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권익위는 신고 횟수 제한은 주민이 불법 주정차를 신고할 수 있는 제도상 권리를 제한해 신고를 권장하는 주민신고제의 취지에 배치된다고 봤다. 또 주민신고 행위라는 본질적 사항을 제한하고 ‘특정 신고인의 악의적 반복, 보복성 신고 방지라는 목적을 위해 신고 횟수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 선택에 있어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또 신고의 악의나 고의성 입증이 어렵고 오히려 신고 처리에 대한 형평성, 책임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담당 과장님께 여쭈어보니 여러 곳(지자체)에서 하루 건수 제한은 해도, 월별로 10회 제한은 아마도 처음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더라”며 “개인적으로 이 방침은 잘못된 것이고, 만약 잘못된 것이라면 다시 고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