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접근 방식은 독특하다. 대부분 자율주행 자동차 제조사들의 경우, 높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다양한 센서 장착을 선호하는 반면, 테슬라는 차량 카메라에서 나오는 영상만을 활용한다.
테슬라의 컴퓨터는 카메라의 모든 픽셀을 분석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 상황을 판단하지만, 그 결과물은 종종 예상 밖의 반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카메라와 컴퓨터만을 이용하는 테슬라의 ‘풀 셀프 드라이빙(FSD)’ 소프트웨어가 도로에 나타난 사슴을 인식하지 못해 그대로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위터 사용자 @TheSeekerOf42가 올린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이 사건 당시 테슬라의 FSD 기능이 활성화돼 있었다고 한다. 공개된 영상에는 차량이 도로 위 사슴과 맞닥뜨렸지만, 속도가 줄지 않는 모습이 담겼다. 충돌 후 차량의 사진은 파손된 범퍼와 약 2.5cm 정도 뒤로 밀린 후드를 보여준다.
해당 사용자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도로 위 사슴과의 충돌을 ‘엣지 케이스’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할 때 예기치 못한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운전자가 차량에 대한 통제를 시스템에 맡기면 이런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이번 사고는 테슬라가 생략한 라이다(LiDAR) 센서의 필요성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테슬라의 컴퓨터 비전 시스템이 밝은색의 도로 위에 서 있던 사슴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실제 거리와 깊이를 감지할 수 있는 라이다 센서가 있었다면 도로 위에 있는 물체를 탐지할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사슴과의 충돌 이후에도 테슬라가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테슬라 차량에는 충돌 감지 센서나 카메라가 설치돼 있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충돌을 인지하거나 차를 세우고 운전자에게 다시 제어권을 넘겨주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통 사슴과의 충돌은 차량에 상당한 충격을 주는데, 후드가 밀릴 정도로 큰 충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시스템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접근법은 자율주행 기술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주요 기술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셈이다. 이는 자율주행차 개발 자체의 필요성과 유용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더드라이브 / 박근하 기자 auto@thedrive.norcal-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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