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밀려드는 중국산 전기차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조금 혜택을 받는 값싼 중국산 전기차 유입을 막기로 했다. 이를 위해 EU는 관세 부과 조치를 시행하기로 하고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EU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조치는 EU가 거의 10년간 시행한 것 중 가장 큰 규모의 대(對) 중국 조치다. 주목할 점은 이번 조치가 중국 자동차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생산돼 유럽으로 수출되는 모든 전기차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조치로 인해 중국에서 생산된 테슬라나 볼보, BMW 등과 같은 다른 유럽 브랜드의 여러 모델이 영향을 받게 된다. 그중에서도 테슬라 모델 3은 중국에서 차세대 ‘뉴 클라쎄’ 차량을 생산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현재 세계 시장은 저렴한 전기차들로 넘쳐나고 있다”면서 “중국의 엄청난 국가 보조금으로 전기차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돼 있다”라고 비판했다. EU에 파견된 중국상공회의소는 이번 조사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은 어떤 보조금과도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토해달라고 EU에 요청했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EU를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심각하게 교란·왜곡하고 중국-EU의 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중국-EU 관계를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독일 경제부 장관은 중국산 전기차를 조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것은 불공정한 경쟁에 관한 것이다. 단순히 값싼 자동차들이 유럽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8% 수준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의 점유율이 향후 2년 내 15%로 성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니오와 같은 중국 브랜드들은 유럽 시장에 진출해 저렴한 가격과 디자인, 기능 등을 앞세워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산보다 대략 20% 저렴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중국이 EU의 이번 조치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관심 대상이다. 중국은 여전히 벤츠, 포르쉐, BMW,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의 가장 큰 시장이다. 만약 중국이 유럽에서 제작된 차량에 비슷한 관세를 부과한다면 많은 자동차 회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이유다. 브루겔(브뤼셀에 본부를 둔 경제 싱크탱크)의 분석가 시몬 타글리아피에트라는 “EU의 조치가 효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EU 산업이 경쟁력을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산업 정책과 병행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더드라이브 /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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