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러시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철수나 영업 중단을 선언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꿋꿋하게 러시아 시장을 지키고 있다. 자칫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유럽기업인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러시아 시장에서 4909대를 판매했고, 기아는 이보다 많은 6336대를 팔았다. 양사를 합치면 도합 1만 대가 넘는 차량을 판매한 것이다.
물론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치다. 기아는 지난해 3월(2만 57대)보다 판매량이 68% 줄었고, 현대차도 같은 기간 1만 5332대에서 4909대로 68% 급감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 시장에서 각각 판매량 2위와 3위 순위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줄줄이 현지 시장을 떠나거나, 판매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BBC에 따르면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러시아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일본의 닛산과 토요타도 마찬가지다. 이보다 앞서 재규어 랜드로버,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시트로앵도 러시아 수출 중단에 동참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줄줄이 ‘러시아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지난달 러시아 시장에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5만 5129대로 급감했다.
지난해 판매량을 보면 이런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난다. 렉서스 판매량은 무려 91%나 곤두박질쳤고, 폭스바겐 판매량도 74%나 줄었다. 볼보(-72%), 도요타(-69%), 르노(-65%), 아우디(-64%)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러시아에서 차를 파는 것이 기업은 물론 국가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지 자동차 부품 조달 문제로 현대차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러시아 시장 영향력은 큰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러시아 공장 가동을 시작한다면 브랜드 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외면하는 러시아에서 공장 가동을 재개한다면 현대차는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겠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나 기업이라는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편 최근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가 목록에 포함했다. 러시아 정부나 기업, 지방정부, 개인 등은 비우호국가 목록에 포함된 외국 채권자에 대해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데 루블화 가치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폭락한 상태다.
더드라이브 / 이장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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