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가 SUV·픽업 전문 브랜드를 선언하며 내수 시장 공략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쉐보레의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적인 트렌드에 따른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SUV의 신차 판매 비중은 2010년 16.5%에서 2021년 45.9%까지 증가했다. 11년 만에 약 3.6배 늘어난 것으로 픽업 판매량까지 더하면 상승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내수 시장에서 SUV의 비중은 53.5%로 나타났다. 여기에 픽업까지 더하면 57.1%까지 늘어난다. 그중에서도 대형 SUV를 선택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KAMA에 따르면 신차 판매에서 대형 SUV 비중은 2019년 11%에서 2021년 19.6%로 8.6%p 증가했다.
이처럼 세단이나 왜건, 해치백 같은 전통적인 장르의 인기가 하락하는 대신 SUV나 미니밴 등 크로스오버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쉐보레는 장기를 살리기로 했다.
쉐보레는 우선 주요 라인업을 SUV와 픽업트럭으로 꾸리는 동시에 다양한 크기, 장르의 SUV와 픽업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쉐보레는 세계적인 SUV와 픽업 부문의 강자로 오래전부터 이름을 올리고 있다. 1935년 처음 출시돼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서버번(Surburban)부터 올해 국내 출시한 타호(Tahoe), 국내 대형 SUV 시장의 문을 연 트래버스(Traverse) 등 이름만으로도 솔깃한 SUV 라인업이 즐비하다.
아직 국내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픽업트럭 중 하나인 실버라도(Silverado) 역시 쉐보레의 대표 모델 중 하나다. 쉐보레는 SUV와 픽업이 특히 사랑받는 미국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며 인정받고 있다.
미국은 SUV와 픽업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선호도가 높다. 2021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 10개 중 8종이 SUV와 픽업이다. 특히 대형 SUV와 픽업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3년 만에 열린 2022 뉴욕오토쇼에 출품한 모델 중 절반 이상이 대형 SUV였다.
미국은 SUV와 픽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시장에서의 경쟁 역시 매우 치열하다. 이런 미국 시장에서 혹독하게 단련된 쉐보레는 특히 대형 SUV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서버번이라는 역사적인 모델로 SUV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한 쉐보레는 타호와 트래버스로 이어진 탄탄한 대형 SUV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시행됐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종료되며 그동안 참아왔던 외부 활동과 여행 등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SUV에 대한 수요 역시 더욱 증가하고 있다. 쉐보레는 이런 요구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예민하게 귀 기울이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SUV 전문 브랜드로 리뉴얼하고 소형 SUV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대형 SUV 트래버스, 초대형 SUV 타호로 빈틈없는 라인업을 완성했다. 여기에 중형 SUV 이쿼녹스도 미래 디자인으로 돌아온 부분변경 신형 모델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지엠은 올해 GMC 시에라(Sierra)를 출시하며 쉐보레와 GMC로 이어지는 멀티 브랜드(Multi-Brand)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GMC는 GM의 SUV와 픽업 전문 브랜드로 122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브랜드다.
시에라는 GMC를 대표하는 모델로 쉐보레의 또 다른 주력 픽업인 실버라도와 섀시 및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하지만 옵션과 내장재 등을 보다 고급화해 실버라도와 차별화했다. 레저를 즐기기에 좋은 고급 픽업이라고 보면 된다. 시에라는 풀사이즈 픽업으로 기본형의 길이도 5m를 훌쩍 넘고, 롱박스형은 무려 6m에 달한다. 온라인 공간에는 벌써부터 시에라 출시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드라이브 / 박도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