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두 번째 화두를 확실히 잡았다. 물론 첫 번째는 볼보가 존재하는 한 언제까지나 ‘안전’이다.
최근 스웨덴 예테보리 볼보그룹 본사에서 만난 비에른 앤월(Bjorn Anwall) 볼보자동차 CCO 겸 부사장은 볼보가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30여 분 인터뷰 내내 최소한 20번은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며 중요성을 전하려 애를 썼다.
그는 볼보그룹 내 CFO(최고재무책임자), EMEA(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 총괄), 마케팅과 영업 및 서비스 수석 부사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인물이다. 2021년 EMEA 재임 기간에는 전년 대비 40% 판매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그룹 내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런 그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은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광의적이었다. “우리는 단순히 차를 많이 팔아 이익을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많이 팔리는 차보다는 환경을 지키고 지구를 구하는 그래서 인간과 오랫동안 함께 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차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마치 차를 많이 파는 게 회사의 목표가 아니라는 말처럼 들렸다. 당장 들으면 다소 추상적이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그런 발언이다. ‘회사는 차를 많이 팔아 이익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의 말을 듣는 동안 이런 생각은 점차 사라져갔다. 비에른 앤월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지속가능성이 이해됐고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과거는 물론 현재도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회사의 지속가능성이 먼저고, 환경은 그다음이었다. 반대로 볼보는 지구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이 우선이고, 그 속에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환경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자동차 회사에서 어떻게 환경과 인류, 더 나아가 지구와 오랫동안 공존하겠다는 것인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볼보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볼보 브랜드의 본질이자, 목적은 ‘이동의 자유’다. 그것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요소다. 이를 지속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충족시키고 싶다. 볼보는 기본적으로 ‘안전에 대한 지나친 기대라는 개념은 없다’라고 생각한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훨씬 더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탐색하고 일을 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본질이다. 지속가능성 역시 안전만큼 중요하다.”
- 볼보는 세상에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고 싶은가?
“스칸디나비아에 뿌리를 두고 있는 볼보는 실용성과 가족 지향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야외에서 펼쳐지는 탐색 및 모험 활동도 볼보가 추구하는 목표와 연결돼 있다. 볼보는 크로스컨트리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더 노력할 영역이다.”
- 아시아태평양 전략 및 한국 시장의 특별함은 무엇인가?
“APEC과 한국 시장의 큰 성과가 자랑스럽다. 전 세계 볼보 MD 33명이 모여 1시간 동안 한국의 성과를 살펴본 적이 있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한국팀이 소비자 경험과 고객 만족도를 개선하고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고객 경험을 주도하는 측면에서 정말 존중감이 드는 팀이다. 어떤 사람들은 APEC에서 성공하려면 시선을 사로잡는 ‘요란한 빛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반대의 견해를 갖고 있다. 더 많은 소비자가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인해 볼보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될 것이다.”
- 친환경에 대한 볼보의 큰 그림은?
“모든 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것만으로 세상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볼보 역시 우선 완전히 전기차만을 생산할 계획이지만, 이것만으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배터리 재료에 많은 CO2가 필요하고 강철, 알루미늄, 플라스틱에도 여전히 CO2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볼보는 전 분야에 걸쳐 공급업체와 협력해 CO2 중립적인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공급업체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것이 지속가능성이다.”
- 조금 더 쉽게 설명한다면?
“자동차의 친환경 제조도 중요하지만, 재활용을 위한 설계 및 엔지니어링이 더욱 필요하다. 훌륭한 기술로 친환경 재료를 생산하는 것 이상으로 재활용 프로세스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볼보는 2025년까지 자동차당 CO2 배출량을 40%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2040년까지 완전한 기후 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전기차 폐 배터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이는 매우 중요하지만, 아직은 온전한 해결책이 없다. 배터리 재활용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언제 할 것인지다. 자동차 배터리가 다 닳으면 일종의 에너지 저장시설로 2차 이용하고 3차 재활용을 할 것인가, 아니면 직접 재활용할 것인가. 두 시나리오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두 번째 질문은 폐배터리를 원료로 되돌리기 위해 실제로 어떤 프로세스를 사용할 것인지다. 여전히 생각해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재활용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 볼보가 추구하는 안전의 본질은 무엇인가?
“안전은 항상 볼보의 핵심이었고, 앞으로도 그렇다. 차세대 안전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우리는 ADAS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볼보 EX90에서 볼 수 있듯이 LiDAR, 카메라, 레이더 등의 고급 센서에 투자하고 있다. 차는 향후 어느 시점에 자율주행차가 될 것이다. 이때는 차 때문에 사망 또는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90% 더 낮아진다. 이런 것이 볼보가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많은 기능이 ADAS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가능해질 것이다. 앞으로는 차 안에 있는 사람은 물론 자동차 주변 사람들까지 보호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 최근 볼보 디자인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볼보는 앞으로 흥미로운 여러 신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부모와 다른 차를 사고 싶어 하는 자녀 세대가 새로운 차체 스타일을 찾고 있으며, 정신적으로도 새로운 것을 원한다. 또한 전동화의 공기역학적 기능에 따라 디자인에서 더 많은 요구 사항이 생기고 있다. 결국 디자인은 상당히 흥미롭게 진화할 것이다. 사람들은 높은 곳에 탑승하고. 공기역학적이며, 스타일리시하고, 절제된 룩을 원하고 있다. 또한 실용성을 중시한다. 이것이 볼보가 추구하는 디자인이다.”
- 요즘 볼보를 포함해 많은 차가 충돌테스트에서 최고점을 받곤 한다. 이런 점에서 볼보는 다른 차와 어떻게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충돌테스트 점수를 위해 안전한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고에서 안전한 차를 원한다. 그것이 전부다. 우리는 최고의 테스트 결과를 얻으려고 차를 설계하지 않고, 현실에서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여기에 자부심을 느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안전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선구자가 될 것이다. 어둡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 볼보 차를 운전해 보면 매우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볼보는 안전에 관한 계속해서 타 브랜드보다 탁월함을 보여줄 것이다.”
- 한국에서 볼보 발전이 눈부시다. 비결은 뭐라고 분석하나?
“지난 5~10년간 볼보 한국팀이 매우 인상적인 특별한 결과를 보여줬다, 자동차 업계의 성공에는 실버불릿이라고 하는 ‘단 한 방의’ 그런 하나의 요인은 없다고 생각한다. 성공은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해 이루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성공도 역시 브랜드 가치나 상품성, 고객 경험, 고객만족도, 서비스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예테보리 / 조창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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