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현대기아차의 ‘세타2 엔진’ 리콜

조창현 기자 / 기사작성 : 2017-04-07 19: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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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HG


현대기아자동차 ‘세타2 엔진’ 차량 17만1348대의 리콜과 관련해 의혹이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현대기아차가 제출한 세타2 엔진 리콜 계획서를 승인하고 다음달 22일부터 리콜 절차에 들어간다고 7일 발표했다.

리콜 대상은 2010~2013년 생산된 그랜저(HG) 2.4GDI 11만2670대, 2009~2013년 소나타(YF) 2.4GDI 및 2.0터보-GDI 6092대, 2011~2013년 K7(VG) 2.4GDI 3만4153대, 2010~2013년 K5(TF) 2.4GDI 및 2.0터보-GDI 1만3032대, 2011~2013년 스포티지(SL) 2.0터보-GDI 5401대 등이다.

현대․기아 자동차 세타2엔진 리콜 대상 차량


세타2엔진 (좌: GDI, 우: Turbo-GDI)


“세타2 엔진의 크랭크샤프트에 오일 공급 홀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계 불량으로 금속 이물질이 발생했고, 이런 ‘금속 이물질로 인해 크랭크샤프트와 베어링의 마찰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소착현상이 발생해 주행 중 시동 꺼짐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국토부와 현대기아차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리콜 사유다. 즉, 엔진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물질이 크랭크샤프트와 베어링의 작동을 방해해 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접촉면이 마치 용접한 것처럼 붙어버려 시동이 꺼진다는 것이다.

세타2 엔진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애초에 세타2 GDI 엔진의 설계가 잘못됐고, 강도가 약한 부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GDI 엔진의 높은 출력을 견디지 못한 베어링 등 부품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커넥팅로드가 부러지면서 엔진에 구멍을 뚫는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기아차가 세타2 엔진의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를 숨기고 북미에서만 리콜을 해오다 국내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리콜을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공정불량으로 오일 홈 주변에 이물질 발생


현대차에서 25년간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공익제보를 이유로 퇴출당한 김광호 전 품질강화1팀 부장도 “현대차가 밝힌 리콜 사유는 말도 안 된다"라며 위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더드라이브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물질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엔진의 설계와 부품이 잘못된 것”이라며 “엔진이 MPI에서 GDI로 바뀌면서 갑자기 출력이 높아졌고, 이런 높은 출력을 견디지 못한 베어링이 마모되면서 제 기능을 못해 커넥팅로드가 부러지고 시동이 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가 다른 이유를 들면서 리콜하는 것은 엔진 결함을 은폐한 사실을 감추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면서 “만약 결함을 은폐한 것이 발각되면 대표이사가 검찰에 고발당하고 큰 액수의 과징금과 함께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광호 전 부장이 주장하는 현대차 세타2 엔진 결함 사유


김 전 부장은 주장의 근거로 미국의 리콜 상황을 예로 들었다.

“2015년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을 처음 리콜할 때 앨라배마 공장의 청정도 문제 때문에 크랭크샤프트의 금속 잔여물이 생겨 주행 중 엔진이 멈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국내 리콜 사유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번에 북미에서 130만대의 리콜을 협의하는 이유는 크랭크샤프트와 커넥팅로드 베어링의 가공이 제대로 매끈하게 안돼서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는 것 때문이라고 들었다. 같은 엔진인데 국내와 리콜 사유가 다른 것이다. 현대차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엔 미국 정부가 철저히 조사해서 진실을 밝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세타2 엔진 결함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쏘나타(YFa), 싼타페(AN), K5(QF), 쏘렌토(XMa), 스포티지(SL) 등 5개 차종 130만대의 리콜을 협의 중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북미 지역에서의 리콜은 세타2 엔진의 크랭크샤프트 핀의 표면이 균일하게 가공되지 않아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는 결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창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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