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명 시청자 마음을 그림으로…김두희 전시회 ‘열대광기’

조창현 기자 / 기사작성 : 2023-10-10 1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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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방송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으며 시청자의 내면을 캐릭터로 표현해온 김두희 작가가 오는 20일 킹죠 스튜디오(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 21 2층)에서 ‘열대광기(Tropical madness)’ 전시회를 갖는다.  4번째로 갖는 김 작가의 이번 전시회 주제는 ‘좀비 사태’다. ‘경찰서 세트장(킹죠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며 별신굿 이수자 이호윤과 함께 만든 테마곡들도 선을 보인다. 범상치 않은 작품-공간-소리가 어울려 기괴하고도 환상적인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다. 작가는 2019년 5월부터 자신의 개인방송(TWITCH)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시청자로부터 얻은 정보와 느낌을 즉시 그림으로 표현해 지금까지 120여 명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채팅이 끝난 뒤 채 1시간을 넘지 않는다. 그만큼 작품이 주는 이미지가 강렬하고 생생하다. 

 작가는 키, 직업, 나이 혹은 외모 등에 별로 관심이 없다. 이보다는 응답자가 특정 상황에서 보이는 감정과 반응에 집중한다. 이를테면 가장 화가 났던 순간은 언제인지, 가장 행복했던 저녁 식사는 어떤 것이었는지 등을 묻는다. 모두가 겪어도 제각기 다른 사적인 경험과 기억이 캐릭터의 재료가 된다. 일반적으로 특정 대상을 상징화할 때는 한 가지 속성만을 강조하기 쉽다. 그러나 작가는 가능한 많은 성격과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담아내려 애쓴다. 그는 “자아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냐, 현재 마음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진다”면서 “그러므로 누군가를 단 하나의 속성으로 표현하는 건 그를 제대로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은 복잡성과 다면성을 지니게 된다. 귀엽다거나 사랑스럽다는 등 한 가지로 한정되지 않고 감상하는 이의 시선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인식된다.

 

 작가의 캐릭터 작품은 채팅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하지만 실제 인물의 모습 그대로는 아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약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떤 느낌을 받고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를 상상하며 재해석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20여 작품은 120여 명의 캐릭터이자, 작가 본인의 수백 가지 모습이기도 하다. 이번 ‘열대광기’에서 전시되는 작품의 주제는 ‘만약 좀비 사태가 발생한다면’이다.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대답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뒤 청사진 감광기법을 통해 완성했다. 전시회가 열리는 장소도 독특하다. ‘경찰서 영화 세트장(킹죠 스튜디오)’이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작품 분위기와 딱 어울린다. 별신굿 이수자이자 작곡가인 이호윤과 함께 작품별로 테마곡도 만들었다. 관객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선 독특한 작품과 환상적 음악을 동시에 접하며 감성적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11월 4일까지 진행된다. 더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norcal-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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