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억은 끈질기다. 특히 시각에 의해 새겨진 기억은 더욱 그렇다. 화가로서 김호원은 유년기의 순수한 시야에 각인된 풍경들을 하나하나 손끝으로 더듬어나가듯이 생생한 그림으로 되살려내곤 한다.”<서길헌(미술비평가)>
보는 순간 고향, 부모님, 따스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작가 김호원의 작품이 광화문 한 갤러리에 걸렸다.<갤러리 내일>
김호원이 간직하고 있는 고향의 색은 노란색과 녹색, 주황색이 묘하게 어울려 새롭게 창조된 그만의 ‘우주의 색’이다. 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그림에서 돌담길이나 펼쳐진 들판, 나무, 심지어 강아지까지도 따뜻하고 애잔하게 표현된다.
작가는 머릿속 유년의 기억을 되살려 골라낸 하나의 유화물감으로 판을 만들고, 그 위를 춤추듯 칼끝으로 낱낱이 긁거나 파내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의 작품이 유독 아련한 회상의 색채를 띠고 깊은 원근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김호원의 캔버스 위 색채는 인위적이거나 터무니없이 추상적이지 않고, 관객이 그림에 빨려 들어가 손끝으로 사물을 직접 만져도 될 것 같은 친근감이 있다. 특히 그림이 내뿜는 사실적인 풍경과 진지한 색채는 마치 나의 기억을 끄집어낸 것처럼 묘한 동질감도 느껴진다.
작가는 남도가 고향이다. 그림 속 들판이 유독 애잔하고 풍요로우며, 그립고도 섬세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유일까. 김호원의 그림에서 관객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나를 발견한다. 김호원의 다음 전시회가 기다려진다.
더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