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국내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 욕구가 최저 수준으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총괄대표 홍종성)은 14일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겪고 있는 크고 작은 공급 문제들이 소비자들의 자동차 수요에 미친 영향과 국내 자동차 산업 현황을 분석한 ‘카플레이션 시대, 자동차 구매의향 감소 조짐’ 리포트를 발간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의 지난 8월 말 자동차 구매의향이 최근 1년 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딜로이트가 개발한 ‘자동차 구매의향’(Vehicle Purchase Intent, VPI) 지수를 한국 시장에 적용해 도출한 결과다. 딜로이트의 자동차 구매의향 지수는 향후 6개월 이내에 자동차를 구입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 비율을 추적해 산출하며, 지수는 100을 기준선으로 강약을 판단한다.
8월 말 한국 시장의 자동차 구매 의향 지수는 85.7을 기록, 지난 2021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월별로는 불안정한 등락 양상 속에서도 추세적으로는 지수가 상승하는 양상이었지만, 8월의 경우 지수가 급락해 구매 의욕이 급격히 약화한 모습을 보였다.
조사가 진행된 2021년 9월부터 2022년 8월 기간 종전 최저치는 올 2월의 90.5였으며, 저점은 3월과 5월 각각 95.2로 안정적인 추세를 보였다. 고점은 2021년 11월 104.8에서 2022년 2월 말 114.3으로 다시 7월에는 119로 상승했다. 그러던 것이 8월에 급전직하하며 위축된 것이다.
한편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자동차 구매의향 지수도 최근 1년 동안 3개월을 제외하고는 100 이하에 머무르면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시장 총체적 난국…미국 지난해 150만 대 생산 손실 발생, 올 상반기 23.3만 대 추가 감소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공급 부족, 차량 가격 상승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봉쇄로 인해 자동차 생산이 중단됐고, 생산 재개 이후에는 반도체 부족, 심각한 노동력 부족 사태가 벌어져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이 심화했다.
미국만 해도 반도체 부족으로 2021년 150만 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했으며, 2022년 상반기에는 추가로 23만 3000대의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최근 전망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감안해 2022년과 2023년 각각 글로벌 경량차량 생산량을 260만 대씩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공급 문제뿐 아니라 소비자 수요 예측도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 건강 우려 증가, 재택근무 등 새로운 변화가 소비자들의 교통수단 이용 양상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 가격과 연료 가격도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고,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선호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30만 8000대에서 2021년 60만 8000대로 2배 증가했으며, 이는 휘발유의 3분의 1 수준인 전기 요금과 비교적 저렴한 유지비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더욱 높아졌고,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 국내 소비자 10명 중 6명 물가 상승 우려… 자동차 수요 전반적으로 감소 예상
자동차 수요는 향후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불안과 사상 최고의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이 더욱 비싸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비도 치솟고 있다. 경기후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는 지출을 억제하려고 하거나 아예 소비 자체를 미룰 가능성이 커졌다. 자동차 구매의향 지수 역시 수요 약세를 가리키고 있다.
딜로이트 분석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의향 지수는 등락 속에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으며, 한국은 불안정한 등락 속에서 추세적으로 지수가 강화되다 지난 8월 말 급락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최근의 추세와 일치한다.
소비자들의 재정 상태에 대한 심리는 이미 경고를 보내고 있다. 미국인 대상 조사에서 84%가 생필품 가격 급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저축과 카드빚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액이 큰 지출을 미루는 미국인도 작년 9월 42%에서 최근에는 53%로 늘었다.
한국 소비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소비자 10명 중 6명(59%)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다. 지난해 9월의 경우 이 비율은 45%였으나 1년 사이 14% 포인트나 급증했다. 이로 인한 상품 가격 상승도 걱정거리였으며,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자신의 재정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 이유이며, 자동차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 자동차 공급 부족 문제의 장기화
딜로이트는 자동차 산업 이해관계자들의 대응책으로 ▲자동차 가격 인상 억제 ▲전기차로의 포트폴리오 전환 ▲공급망 개선 등을 제안했다.
가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오르면 소비자들은 더 이상의 급격한 가격 인상을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가격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화석 연료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전기차 수요 증가를 고려해 전기차 전환도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공급망의 경우 ‘완성차 제조사 및 부품 공급업체들이 적시 생산 방식에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중요 부품 재고를 늘리는 체제로 전환하고, 인접 국가에서 제품을 조달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면서 각자의 상황에 맞는 공급망 재구축을 권고했다.
김태환 한국 딜로이트 그룹 자동차 산업 리더는 “일시적일 것 같던 자동차 생산 문제가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며 전 세계 자동차 산업 및 소비자들의 자동차 소비심리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맞서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치 않고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하게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더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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