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예테보리 외곽에 자리한 토슬란다(Torslanda) 공장은 ‘볼보자동차의 심장’으로 불린다. 브랜드 최초의 기후 중립을 달성한 이곳에서는 XC90, XC60, V60, V90, C40 리차지 등 주요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취재를 위해 공장을 찾은 날은 부슬부슬 내리는 차가운 겨울비에 공장 전체가 차분한 모습이었다. 주차장에 즐비하게 늘어선 자동차만 없었다면, 이곳이 자동차 공장인지 모를 정도로 깨끗하고 조용했다.
1964년 완성된 볼보 최초의 공장인 이곳은 6500명의 직원과 로봇 1400대가 연간 3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한다. 1대를 완성하는 데 대략 38시간이 걸리며, 하루 1200대를 생산할 수 있다.
공장 입구에서 안전과 사진 촬영 금지 구간 등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투어용 4칸짜리 소형 열차에 몸을 실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열차가 공장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환한 얼굴로 반긴다. 작업하는 틈틈이 열차에 탄 사람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직원들은 손을 흔들며 밝게 웃어준다. 시끄럽고 매캐한 용접 냄새는 비슷했지만,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가 그동안 방문했던 다른 자동차 공장들과 전혀 다르다.
모두 13만 6000평 규모의 토슬란다는 볼보의 정체성을 지키는 핵심 생산시설이다. 공장은 지난 2008년부터 기후 중립 전기로 운영되고 있으며, 난방은 50%의 바이오가스와 50%의 산업 폐열을 이용한다.
#누구에게나 개방하는 공장…왜?
볼보는 특이하게도 토슬란다 공장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예약만 하면 경쟁사를 포함한 누구나 공장 투어가 가능한 것이다. 최소한 2~3개월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투어는 인기가 높다. 투어를 안내하는 직원은 “숨긴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없다는 의미다. 공장을 보여주는 것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먼저 압축(Press) 공정이 눈에 들어온다. 동그란 20t짜리 강판 코일을 풀어 필요한 크기로 절단하고 프레스로 찍어서 모양을 만든다.
잘리고 모양을 잡은 강판은 차체(Body) 공정으로 넘어가 자동차로서 겉모습을 갖추게 된다. 자동화 공정이 대부분인 이곳에서는 주황색 로봇팔이 차체 1개당 최소 5000번의 스폿 용접을 가해 모양을 완성한다. 다음으로 도장(Paint)과 조립(Assembly) 과정을 거친 뒤, 꼼꼼한 검수와 품질검사까지 마무리하면 비로소 1대의 차량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볼보가 생산라인 30%를 여직원으로 배치한 이유
독특한 점은 공장 곳곳에 수많은 여직원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직원의 30%가 여성으로 다른 공장에 비해 매우 많다. 자동차 생산에는 여성들의 꼼꼼함과 섬세함이 요구되는데, 이는 품질과도 관련이 깊다.”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그동안 많은 자동차 공장을 봐왔지만, 이곳처럼 생산 공장에 여성 근로자가 많은 곳은 처음이다.
수천 대의 로봇과 수천 명의 남녀 직원이 한 팀을 이뤄 자동차를 척척 만들어 내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사람과 로봇이 철저히 공존하는 미래의 산업현장을 보는 듯했다.
공장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높은 자동화를 이뤘지만, 사람과 로봇이 조화롭게 일하지 못한다면 자동차의 높은 품질은 보장할 수 없다. 우리 공장의 저력은 인간과 로봇의 조화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 차체와 하부구조가 남녀가 결혼하듯 만나…
볼보는 업계 최초로 ‘스틸제로(Steel Zero)’를 선언했다.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무화석 철강으로 차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주요 공급망의 탄소 배출을 25%가량 줄일 계획이다.
토슬란다 공장 투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매리지 포인트(Marriage point) 공정이다.
매리지 포인트는 차체와 하부구조가 만나는 지점을 말하며, 이를 ‘결혼’으로 비유한 것이다. 전기차의 경우엔 배터리 셀과 모듈이 합쳐지는 지점을 의미하는데, 토슬란다는 매리지 포인트를 통해 자동차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생각이다.
실제로 이날 트레일러에 실린 하부구조가 차체와 만나 자동으로 맞춰지는 과정을 보여줬다. 두 개의 큰 덩어리가 위아래로 만나, 마치 장난감이 조립되듯 순식간에 한 대의 자동차로 완성되는 모습은 신기했다.
#붕어빵 찍어내듯 자동차 만드는 공정 준비
볼보는 100억 크로나(1조 2700억 원)를 투입해 토슬란다 공장을 전기차 생산기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이는 볼보가 2030년까지 모든 모델을 100%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과정 중 하나다.
여기서 볼보는 메가 캐스팅(Mega Casting) 생산방식을 도입해, 차량 전동화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메가 캐스팅은 용접과 볼트 조립 없이 틀에서 붕어빵을 찍어내듯 부품을 크게 주조해 차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생산에 필요한 공정과 시간, 비용, 인력, 로봇, 탄소 배출 등을 크게 줄이는 장점이 있다. 메가 캐스팅을 통해 생산된 전기차는 무게도 줄어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1시간여 공장 투어가 모두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하늘은 어느새 맑게 개어있었다. “토슬란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화하는 자동차 생산 공장 중 하나”라는 볼보 직원이 말이 귀에 들렸다.
예테보리 = 조창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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