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완의 세상만사] 지혜라는 것

thedrive / 기사작성 : 2020-12-11 09: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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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동양에선 노인을 지혜의 상징으로 여겼다. 

오래 살면서 쌓인 경험이 큰 힘을 발휘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노인의 경험은 별로 가치가 없다. 

그가 아니라도 인터넷을 통해 모두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지식, 그것도 과거를 부정하거나 뛰어넘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날마다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서 노인은 별로 쓸데가 없다.  

'노인' 하면 이젠 치매, 그리고 쓸쓸한 요양원이   

우선적으로 떠오를 뿐이다. 

​ 

그러나 나는, 60 넘어 70에 가까워지면서 

과거에 비해 많이 지혜로워졌다고 느낀다. 

그래본들 여전히 쓸데없는 노인이겠지만 

옛날의 고뇌와 분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많은 불안들이  

지금은 이해되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거의 의심 없이 안다. 

​ 

어떻게 그게 가능해졌을까? 

아마도 욕망이 많이 없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이 들면 약해지는 것은 성욕만이 아니다. 

모든 욕심이 줄어든다. 

탐욕이 줄면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보인다. 

탐욕의 불꽃이 완전히 사그러든 것은 아니지만,  

그랬다면 열반, 바로 붓다의 경지에 들었겠지만, 

이번 생에선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과거보다는 꽤 객관적으로 사물을 보게 됐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보면  

실체가 드러난다. 

​ 

사실 사는 데엔 많은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지 않다. 

당장 남과의 경쟁에서 앞서는 데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앞서본들 결국엔 별것도 아니라는 걸  

나이 들면 알게 된다. 

삶이란 얼마나 단순하던가? 

​ 

예전에 노인이 지혜로웠던 것도 

경험이 많아서가 아니었던 것 같다. 

탐욕이 줄어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기 때문 아닐까? 

있는 그대로 보는 것,  

그것이 바로 지혜인 것이다. 

​ 
글은 더드라이브 외부 필진이면서

전(前) 신문기자, 현(現) 농부인 김지완 님의 칼럼입니다.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적고 있으며 ,김지완 님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blog.naver.com/qd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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