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동양에선 노인을 지혜의 상징으로 여겼다.
오래 살면서 쌓인 경험이 큰 힘을 발휘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노인의 경험은 별로 가치가 없다.
그가 아니라도 인터넷을 통해 모두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지식, 그것도 과거를 부정하거나 뛰어넘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날마다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서 노인은 별로 쓸데가 없다.
'노인' 하면 이젠 치매, 그리고 쓸쓸한 요양원이
우선적으로 떠오를 뿐이다.
그러나 나는, 60 넘어 70에 가까워지면서
과거에 비해 많이 지혜로워졌다고 느낀다.
그래본들 여전히 쓸데없는 노인이겠지만
옛날의 고뇌와 분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많은 불안들이
지금은 이해되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거의 의심 없이 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해졌을까?
아마도 욕망이 많이 없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이 들면 약해지는 것은 성욕만이 아니다.
모든 욕심이 줄어든다.
탐욕이 줄면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보인다.
탐욕의 불꽃이 완전히 사그러든 것은 아니지만,
그랬다면 열반, 바로 붓다의 경지에 들었겠지만,
이번 생에선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과거보다는 꽤 객관적으로 사물을 보게 됐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보면
실체가 드러난다.
사실 사는 데엔 많은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지 않다.
당장 남과의 경쟁에서 앞서는 데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앞서본들 결국엔 별것도 아니라는 걸
나이 들면 알게 된다.
삶이란 얼마나 단순하던가?
예전에 노인이 지혜로웠던 것도
경험이 많아서가 아니었던 것 같다.
탐욕이 줄어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기 때문 아닐까?
있는 그대로 보는 것,
그것이 바로 지혜인 것이다.
글은 더드라이브 외부 필진이면서
전(前) 신문기자, 현(現) 농부인 김지완 님의 칼럼입니다.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적고 있으며 ,김지완 님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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