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급변하는 세상이다. 너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곳곳에서 경착륙이 발생하고 있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분야도 많다. 탄소 중립 등 지구 온난화 문제로 인한 수송 분야의 규제는 국제적인 흐름이고 전기차 보급도 필연적이다. 곳곳에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생각해야 하지만, 기존 일자리의 축소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미래 모빌리티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도 커지는 만큼 최대한의 장점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역대 최대의 기회를 맞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대용량 SUV의 인기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호조는 물론 제네시스 같은 프리미엄 차의 판매 증가로 인한 영업이익률이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역대 최대인 13조 원을 넘을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가 예전 칼럼에서 언급한 올해 20조 원 달성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미래 모빌리티 선점은 이제 시작이다. 전기차를 기반으로 수소차, 자율주행 기술은 물론 커넥티드 기능 확대, 배터리의 선점은 물론 차량용 반도체의 업그레이드 등 모든 과학기술의 융합이 미래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생산 일선에서도 앞으로 '반값 전기차' 구현을 위한 제조단가를 절감하는 등 획기적인 제작방법도 동원돼야 한다. 앞으로 이러한 '반값 전기차' 구현이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이 시기에 역시 국내를 대표하는 현대차 그룹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노사관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노사관계는 지속적으로 불협화음이 발생하면서 기업하기 힘든 구조라 언급될 정도로 심각한 불균형을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최근까지 강성노조의 이미지와 파업 등 다양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국내 시장은 더 이상 기업을 포기하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언급할 정도가 되었다.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이 다시 되돌아오는 리쇼어링 기업이 거의 없는 경우를 보면 국내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노사관계에서 미국의 경우와 같이 3~5년 간격으로 임단협을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파업 시에는 현장에 눌러앉아 파업을 일삼는 등 미국과 같이 길거리 신고를 하고 피켓을 들고 차분하게 파업을 하는 경우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매년 임단협을 진행하다 보니 그 해 타협안이 나오지 않으면 그다음 해에 두 번 임단협을 하는 웃지 못할 심각한 사안도 비일비재하다. 이 중 현대차와 기아의 노조는 규모도 그렇지만 기업의 상징성 측면에서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아직도 노조의 요구사항 중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항도 즐비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무분별한 요구사항이 있는 것을 보면 글로벌 사회가 얼마나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급변하면서 산업현장의 인력을 최소한 30% 이상 줄여야 하는 마당에, 노조는 알면서도 불안감에 수용하지 못할 요구 조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심각성을 넘는 조항으로 국민적 반감은 물론이고 파업 등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부분은 얼마나 그 심각성이 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들어와 현대차 노조의 요구사항 중 가장 심각한 항목은 크게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하나는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해달라는 요구이고 또 하나는 25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속 퇴직자에 한 해 시행하는 평생 사원증을 앞으로는 정년퇴직하는 모두에게 평생 사원증으로 확대하라는 요구다. 정년 연장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 다른 기업도 65세까지 정년을 진행하는 경우는 유일하게 대학교원이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대학 경우도 업적평가가 까다로워지면서 정년보장을 받는 교수가 크게 줄어들 정도로 엄격해지고 있는 사안이다.
봉급도 연봉제를 바뀌어 교수의 직분도 철밥통이라는 인식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초중고의 교원들도 정년 이후 1~2년씩 별도로 계약하는 계약직이 늘고 있다고 하겠다. 즉 현대차의 정년 연장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젊은 신입사원의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고, 기업의 부담을 크게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아직은 주변 기업 분위기도 어려운 형국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의 조건인 평생 사원증의 경우는 더욱 무리한 요구다. 작년 기아의 임단협에서 지속적으로 협상이 결렬된 유사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당시 기아 노조는 평생 사원증을 받은 퇴직자가 신차 구입 시 2년 간격으로 약 30% 할인을 평생 정기적으로 받던 항목을 75세까지 3년 간격으로 25%의 할인 혜택으로 줄이는 조건을 거부했다. 이후 국민적 분노와 주변의 압박을 받으며 결국 축소 조건을 수용했다. 이번에 현대차의 경우는 기아와 유사한 조건도 없는 일생 동안의 30% 혜택을 받는 것도 모자라 도리어 평생 사원증의 조건을 낮춰 퇴직자 모두에게 평생 사원증을 요구하는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혜택이 이미 너무 커서 줄여야 하는 마당이고, 기아와의 형평성도 고려해 당연히 유사한 조건으로 줄여야 하는데 도리어 혜택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요구 조건 외에도 영업이익률의 약 30%를 노조에 지불하라는 조건도 있어서 첩첩산중이라 할 수 있다. 약 15년 전 미국을 대표하는 제작사인 GM이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면서, 파산의 가장 심각한 이유가 바로 퇴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불되는 의료보험 등의 부담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즉 GM이 열심히 돈을 벌어 회사를 살리는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퇴직자 복지에 투자되면서 배보다 배꼽이 큰 사안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 정부가 투자하면서 퇴직자들의 혜택을 크게 줄여서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할 수 있다. 모두가 퇴직 복지로 발생한 문제를 현 기업의 부담이 커지면서 발생한 사례라는 뜻이다. 현재도 퇴직자들의 매우 큰 할인 혜택은 결국 일반 소비자들의 신차 가격 인상으로 부담된다는 인식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이 사안들은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공분도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는 노조도 변해야 하고 강성 이미지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을 정도이다. 또한 정부도 예전의 친노조 정부가 아니다. 현재 정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균형을 맞추고 불법의 경우는 예외 없이 법적으로 다루고 있는 형국이다. 노조의 미래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균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고 기울어진 국내 노사 균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도 예전과 같이 무분별한 무조건적인 조건을 내밀기보다는 실제로 복지나 작업 환경 등에 초점을 맞춰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할이 아닌 경영에 참여하지 말고 실질적인 업무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이제는 선진국 다운 노사 조건으로 균형 감각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유럽의 핵심 원자제법 등 자국이나 지역적 우선주의가 국제 사회에서 판을 치고 있어서 핵심 생산 시설이 해외로 봇물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국내 산업 공동화가 걱정된다. 국내에 기업이 없으면 노조도 없다는 기본 인식을 제대로 하기 바란다. 시대가 크게 변하고 있다. 노조도 변해야 한다. 더불어 사측도 노조에 대한 진정한 배려와 가족의 일원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 진정한 상생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김필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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