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최근 전기차의 판매가 주춤한 부분이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글로벌 폭우와 폭염, 슈퍼태풍은 물론 산불 등 다양한 천재지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산물인 만큼 이를 줄이기 위한 지구적 단합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중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는 수송수단에 대한 규제는 당연한 것이고, 전기차는 이 중 가장 현실적이고 당장 할 수 있는 중요한 대상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전기차와 기존 내연기관차의 조합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활성화되고 있으나, 결국 전기차로의 전환은 빠르게 진전될 것이다. 현재 전기차의 다양성이 커지면서 더욱 다양하고 특화된 전기차가 등장하고 있고, 충전 인프라도 급격히 증가하면서 단점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2~3년 후에는 확실히 주도권을 쥐면서 전체의 약 25%는 전기차가 판매되는 시기가 다가온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빠른 노르웨이는 당장 오는 2025년이면 내연기관차 판매가 종식되고, 모든 신차는 전기차와 수소만 판매되는 최초의 완전한 무공해차 판매 국가가 된다.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가격과 품질은 물론 특화된 기능을 부가해 가성비 최고의 전기차가 더욱 많이 등장할 것이다. 테슬라를 필두로 하는 미국과 중국 전기차 등이 글로벌 최고 제작사로 등극하고, 현대차 그룹도 이에 동조하는 최상위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전기차의 특성 중 가장 부각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전기차의 에너지 수급 문제일 것이다. 전기차에 충전하는 전기에너지를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만들어내느냐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다. 즉, 노르웨이같이 전체 전기에너지의 95% 이상을 수력 등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경우는 전혀 문제가 없으나, 우리나라와 같이 석탄화력 등 비친환경적인 전기에너지 생산 국가의 상황에서는 생산을 위한 간접적인 오염원 배출이 크다는 뜻이다. 이 부분은 다른 국가 대비 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인 만큼 앞으로는 중요한 해결과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전기차는 에너지를 오직 소모하는 대상이 아닌 모바일 ESS라는 에너지 저장 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기차 10대만 함께 움직여도 재난 지역이나 도서 등 오지에 전기에너지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핵심 지역으로 이동해 전기에너지를 공급한다면 가장 중요한 에너지 이동 장치가 된다. 즉 전기에너지를 소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에너지의 효율을 극대화해 다양성을 키우는 목적도 매우 크다는 뜻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전기차의 V to L 기능이다. 전기차에서 220V 교류를 그대로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최대 3.6Kw의 전기에너지를 출력할 수 있는데, 이 정도는 웬만한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환경부에서도 이러한 장점을 부각해 수십만 원의 보조금을 더 지급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폭염이 지속되면서 이 기능을 활용한 각종 아이디어가 나왔다. 국내의 경우 다른 국가와 달리 각 가정의 전기에너지는 절약을 강조하기 위해 누진세가 적용되고 있다. 이웃 일본이나 중국은 없는 독특한 우리만의 전기요금 부과라고 할 수 있다. 즉 최근의 폭염은 에어컨 가동을 필수로 하는 만큼 올라간 전기비 부담을 각 가정 당 더욱 키운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 가정에서는 전기비를 아끼기 위하여 에어컨을 꼭 필요한 시간에만 활용하거나 카페, 은행, 공항 등 다양한 장소를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 또 하나의 방법이 바로 전기차의 에어컨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전기차는 자체가 오염원 배출이 없다보니 공회전 제한으로 인한 단속도 없는 만큼 마음껏 전기차용 에어컨을 활용하는 것이다. 전기차 내부에서 활용해도 되고 휴대용 에어컨을 이용해 V to L 기능을 활용해 오토캠핑용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에어컨 자체의 효율이 크게 좋아서 전기비가 절약되는 방법은 아니고, 전기차에 충전된 전기에너지 비용이 매우 낮은 만큼 비용도 크게 절약되는 방법이다. 즉, 전기차 충전용 전기에너지 비용은 일반 전기비용 대비 매우 낮고 특히 심야용 완속 충전을 활용하면 가장 저렴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확실히 일반 전기요금의 과반 이하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은 지금과 같은 폭염이나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경우 합법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으나, 앞으로 이러한 부분이 과도하게 진행될 경우 왜곡된 부분으로 전계 될 가능성도 커진다.
향후 각종 제품에서 전기용품의 자체적인 효율 개선보다는 전기차에서 전기에너지를 뽑아서 활용하는 제품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우회하는 편법이 크게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무작정 V to L 기능을 키우는 부작용이 전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이 기능이 5Kw 이상으로 커지면 사용할 수 없는 가전제품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전기제품을 공장용만 빼고 모두 활용한다는 뜻이다. 어느 경우에는 전기차 몇 대만 동원해도 풍부한 전기에너지를 매우 낮은 비용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50Kw 활용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폭염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전기차 에어컨 사용으로 끝날 수도 있으나, 앞으로는 상황에 따라 얘기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정부나 지자체는 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결국 우리나라와 같이 전기에너지 믹스가 복잡하고 간접적인 오염원 배출이 큰 상황에서 편법으로 인한 구멍은 발생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자정적인 분위기로 자제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김필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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