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현대차 꼴난다” 기존 ‘가성비’ 이미지에도 악영향
기아자동차는 ‘가성비’ 있는 차량과 기발한 크로스오버로 해외에서 유명하다. 하지만 기아차는 최근 스포츠세단 스팅어에 이어 프리미엄 모델이라며 대형 세단 K900을 해외 시장에 내놨다. K900은 ‘왕에게 적합하다’라고 광고하고 있고, 스팅어는 독일 스포츠세단을 벤치마킹하는 것에서 벗어난 자체 고성능 세단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글로벌 시장의 평가는 어떨까? 이들은 기아차가 바라는 대로 일부 모델을 프리미엄 급으로 인정해줄까?
외신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미국 ‘시카고트리뷴’은 13일(현지시간) 기사에서 “기아차를 어큐라, 링컨, 인피니티 등과 같은 고급 브랜드 영역으로 확장시킨 것은 위험하다”라고 보도했다.
기아차 미국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 마이클 콜(Michael Cole)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것이 기회이자, 또 하나의 도전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스팅어를 통해 기아차가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고객을 유치하고 고급차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매체는 “기아차가 옵티마(K5)를 시작으로 디자인을 인정받고 카덴자(K7)로 토요타 아발론과 뷰일 라크로스와 맞섰지만, 시장은 기아차의 고급 브랜드를 향한 열망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브랜드회사 ‘리스앤리스(Ries&Ries)’의 로라 리스(Laura Ries)는 “기아차의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 확장은 효과가 미비해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더욱 부정적인 것은 기아차가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화를 추진하면서 기존의 가성비가 좋던 차량의 판매까지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 기아차의 프리미엄 자동차 판매량은 미비하다. 기아차는 올해 3분기까지 미국에서 스팅어 1만 2999대, K900은 26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다른 럭셔리 브랜드와 비교하면 벤츠 E클래스는 3만 2103대, S클래스는 1만 334대를 판매했고, BMW는 5시리즈 6126대, 7시리즈 3만 1181대 판매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도 스팅어와 경쟁하는 차저를 5만 9308대나 팔았다.
이와 관련해 로라 리스는 “기아차는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다. 현대차의 사례를 보고 배워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기아차는 미국에서 현대차의 역사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1998년 현대차는 미국에서 9만 217대를 판매했지만, 2011년에는 64만 5691대를 판매하며 616%나 성장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에쿠스를 선보인 이후 2016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업계의 전체 평균에 뒤처졌으며, 2016년조차도 업계보다 0.5% 정도가 좋은 수준의 판매를 기록했다.”
반면 스바루를 성공적인 예로 들었다. 결국 기아차가 계속해왔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바루는 1993년 사륜구동에 집중했다. 당시 미국에서 10만 4179대를 파는 23위 브랜드였지만, 지난해는 64만 7956대를 판매해 8위 브랜드로 성장했다.”
시카고트리뷴은 마지막으로 “기아차가 비싼 자동차 판매를 통해 싸구려 차만 만든다는 인식을 바꾸려고 하지만, 이는 판매량을 감안할 때 소비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면서 “스팅어나 텔루라이드가 기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기아차의 이미지 변신은 우려스럽다는 것이 전체적인 평”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noung35@naver.com
[저작권자ⓒ 더드라이브(TheDriv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