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이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전기차는 필연적인 대세로 자라잡고 내연기관차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아직 내연기관차가 수익모델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머지않은 시기에 주도권은 전기차로 빠르게 전이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 속에서 아직 부정적인 부분도 부각되고 있다. 전기차 화재나 충전 인프라 문제도 그렇고 아직 보조금 문제나 충전 전기비 인상 등 부정적인 부분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항상 존재하고 어두운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자동차 급발진 사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초부터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40여 년간 공포감을 자아내는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이 시점에서도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줄지 않았으며, 더욱 부각되면서 발생하고 있다. 즉 전기차도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역시 사망자 수도 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크게 발생하면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포감은 늘고 있는 추세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차량 자체가 급가속하면서 각종 장애물에 부닥치며 발생하는 공포의 사고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은 다시는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후유증이 심각했으며, 경우에 따라 탑승객이 모두 사망하는 심각한 경우도 많았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특징을 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급발진 사고 신고 건수는 연간 약 100건 내외이지만 실제로는 약 20배 정도로 보고 있다. 국내 제도는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완전히 열외 돼 있어서 신고보다는 액땜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년 약 2,000건 정도가 발생하고 있고 이 중 운전자의 실수에 의한 건수는 약 80%로 간주해 약 1,600건이 운전자 실수이고, 약 400건 내외가 실제 급발진 사고로 추정하고 있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수초 만에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당황해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 운전자들은 무작정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실제 발생한 400~500건 정도의 급발진 사고에 대한 정부나 공공기관의 역할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즉 운전자가 알아서 입증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운전자가 모든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난 40여 년간 자동차 급발진 사고 관련된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는 전무할 정도로 일방적인 상황이다. 최근 발생한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경우도 급발진의 정황이 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는 운전자의 실수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급발진 사고 중 전체의 약 90%는 가솔린 엔진과 자동변속기라는 조건이 이루어질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고, 나머지 10%는 전자제어 디젤엔진과 자동변속기의 조건일 경우 발생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의 급발진 사고는 많이 보고되지 않고 있고 최근 전기차의 급발진 사고도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다. 자동변속기 등의 조건은 우리나라와 미국이 대부분이어서 가장 많이 발생하며, 유럽 등은 전체 차량의 과반이 디젤엔진이고 전체의 과반이 수동변속기 특성이어서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고의 책임과 입증, 보상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이유 불문하고 운전자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급발진 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구조여서 사실상 밝히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1980년 초 자동차에 전자제어장치를 포함하면서 발생하기 시작한 사고다. 그런 만큼 원인은 전자제어 이상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관련 사고에 대해 민간 연구기관에서 급발진 사고의 원인이 전자제어 이상, 알고리즘 이상이라는 것을 일부 밝혀 글로벌 이슈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급발진 사고 이후 흔적이나 재연이 불가능한 만큼 운전자가 원인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대부분의 결과도 관련 사고에 대해 흔적이 남지 않고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모두라 할 수 있다. 설사 사고기록 장치라고 하는 EDR의 경우도 제작사의 면죄부라고 할 정도로 문제점이 심각해 운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한계점이 큰 사안인 만큼 국내에서는 운전자가 모두 뒤집어쓰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제작사나 판매사 등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국내 관련 법은 알아서 져주는 법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결국 모든 입증은 운전자가 밝혀야 이길 수 있는 구조라는 뜻이다.
미국은 우리와 완전히 다른 구조다. 우선 재판 과정에서 운전자 측에서 요구하면 자동차 제작사는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직접 밝혀야 하는 구조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하고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으면 결과가 나오기 전에 합의를 종용해 배상받는 구조라는 뜻이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상당의 사건이 보상받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은 차량에 몇 건의 사고가 발생하면 도로교통안전국(NHTSA) 같은 공공기관이 조사에 들어가는 만큼 제작사는 소비자를 위해 어떻게 하면 책임을 다할 것인지 고민하는 시장이어서 소비자 중심으로 모든 것이 좌우되는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미국과 같은 구조가 전혀 없는 만큼 알아서 소비자가 싸워야 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국내 자동차 소비자를 위한 구조는 매우 약한 상태다. 전체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우선 고민해야 할 사항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자신이 실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야 하는 만큼 증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고기록 장치는 의미가 없고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고 당시 발의 사용 여부라 할 수 있다. 발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는지, 아니면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었는지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필자는 예전부터 자동차 급발진 연구회를 이끌면서 결국 우리나라와 같이 소비자가 불리한 구조인 경우 직접 본인이 실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방법은 10여 년 전부터 발을 찍는 블랙박스라는 언급을 종종했다.
이미 국내 영상 블랙박스 보급은 전 세계에서 가장 확립이 잘 되고 기술적인 부분도 세계 최고여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국가라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차량에 보급된 차량용 영상 블랙박스는 약 80% 수준으로 포화됐다고 할 수 있으나, 전후방 영상으로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 발생 시 입증자료로 활용하기에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그래서 채널을 늘려 영상 블랙박스의 일부분은 발을 찍을 수 있다면 가장 확실하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기술적인 부분도 한계가 있어서 발을 찍는 블랙박스 개발과 보급이 쉽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마침 최근에 한 전문 기업에서 제작된 발을 찍는 전용 블랙박스가 개발돼 판매를 시작했다. 이 장치는 기존 블랙박스를 교체하는 경우 발의 모습을 포함한 다채널 블랙박스도 있고 별도로 기존 블랙박스에 추가로 저렴하게 추가 장착해 발만을 찍는 블랙박스도 있다.
특히 교체의 경우는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발만을 찍는 저가의 블랙박스를 구입해 추가하면 자동차 급발진을 포함한 각종 교통사고를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고 할 수 있어서 매우 긍정적이다.
이 전용 블랙박스는 사고 시간과 기록에 대한 확실한 영상이 저장되는 만큼, 기존 블랙박스와 함께 사고 이후 확실한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이 장치는 기존 블랙박스와 같이 위변조의 가능성은 불가능해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하겠다.
국내에서 이제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가 모든 것을 부담하고 책임지는 상황이 아닌 입증하고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발을 찍는 전용 블랙박스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는 소비자 및 운전자가 이길 수 있는 무기를 갖추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김필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