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자동차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수많은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 시대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종종 비행기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 당시의 ‘비행기+자동차’ 아이디어 중에는 획기적인 ‘헬리카(Helica)’도 있었는데, 1909년 프랑스 발명가 마르셀 레이야(Marcel Leyat)가 설계했다. 그는 무거운 변속기, 클러치, 구동축, 차동 장치를 차에 불필요한 요소로 봤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펠러를 장착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대형 프로펠러를 장착하고, 소형 18마력 엔진으로 구동되는 매우 가벼운 자동차를 설계하게 된 것이다.
헬리카는 기본적으로 날개 없는 도로용 비행기로 구상됐다. 차체가 합판으로 만들어져 매우 가볍고 연료 효율성이 뛰어나다. 무게는 225kg에 불과했고, 1갤런당(약 3.79리터) 48마일(1리터당 20.4km)을 주행했다. 헬리카는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로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레이야는 자동차가 변속기와 차동 장치에서 큰 동력을 잃는다는 것을 이해했다. 따라서 엔진이 아니라 자동차 전면의 1200cc 2기통 엔진 구동축에 직접 부착된 거대한 2개의 블레이드 목재 프로펠러로 바퀴를 구동하도록 설계했다. 또한, 뒷바퀴에 연결된 와이어로 조향했다. 가볍고 유선형인 차체 덕분에 최고 110km/h까지 도달하는 당시로는 엄청난 속도를 자랑했다. 그러나 이처럼 인상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헬리카에도 결함은 있었다.
우선 운전자 가까이서 회전하는 나무 프로펠러는 상당히 위험했다. 정면충돌이 발생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안전상 위험 외에도, 프로펠러는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고 승객들에게 끊임없이 바람을 보냈다. 레이야는 설계 변경을 통해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차에서 나와 줄을 당겨 시동을 걸었다가, 재빠르게 조종석으로 뛰어가 스스로 출발하는 특이한 주행 방식, 소음과 먼지에 대한 불편함, 그리고 안전성까지 다양한 우려로 인해 헬리카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헬리카는 1921년 파리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1919~1925년 30대를 생산했다. 자금 부족으로 제작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헬리카는 데뷔 후 파리모터쇼에서 600대 주문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23대만 팔렸다. 헬리카는 현재 단 4대만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중 하나는 모나코 왕자의 개인 자동차 컬렉션 일부다. 비록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레이야 헬리카는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자동차 공기역학에 대한 연구에 영감을 주었다. 한편 마르셀 레이야의 비행기 제작에 대한 꿈은 1차 세계대전 중에 ‘리빙 윙’ 폭격기를 포함해 여러 대의 항공기를 제작하면서 현실로 이뤄졌다. 2차 세계대전까지 그는 30종의 다양한 항공기를 설계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norcal-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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