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지다. 유럽과 더불어 양대 축이라고 할 정도로 핵심적인 시장이어서 이 시장을 정복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은 포기하라고 언급할 정도라 하겠다. 특히 미국 시장은 규모는 물론이고 세계 자동차의 기준을 제시하고 까다로운 소비자 시장이라, 이를 뚫지 못하면 최고 수준의 자동차가 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작년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시장 점유율 약 10%, 유럽연합 약 11% 점유율로 최고의 성적을 냈다. 특히 영업이익률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현대차와 기아차는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섰고, 특히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의 판매가 급증할 정도로 '퍼스트 무버'가 되고 있다.
급증하는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한 현지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토요타 등의 미국 주도권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현대차와 기아차 전기차는 작년 글로벌 시장의 모든 상을 휩쓸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서 없어서 못 파는 차종이 됐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의 경계심도 매우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8월 16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자국 우선주의 선언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에 큰 제동을 걸었다. 렌트나 리스 등 상용모델에 대한 전기차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후속 조치가 있었지만, 일반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지속되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 규정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급증하는 대한민국 전기차를 견제하려는 의미가 강하다는 주장도 나올 정도다.
이러한 유동적인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작년부터 미국 시장에서 일부 청년들을 중심으로 기아차를 대상으로 도난을 유도하는 SNS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부분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기아차의 일부 구모델을 대상으로 기아차를 훔치는 범법행위를 촉구하는 '기아 챌린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범법행위를 영상으로 올리면서 촉구하는 잘못된 행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시애틀시가 기아차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필자는 이참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미국의 상황에서 몇 가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 미국은 자국에 차량을 판매하는 데 각종 까다로운 조건이 있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중국 등의 신차가 진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판매 조건이 까다롭다. 일례로 미국에 판매되는 모든 차종은 4세대 에어백이라는 지능형 에어백만을 장착해야 한다. 조수석 등에 아이나 무게가 가벼운 여성 등이 앉았을 경우 에어백이 여러 단계로 부풀어 오르거나 아예 터지지 않는 등 상황 및 환경 조건에 따라 다르게 터지는 최고의 에어백 조건 등이 있다.
미국인의 비만 등 신체적인 조건이 악화되면서 에어백이 전개되면 도리어 에어백으로 인한 사망자 등이 늘자 첨단 시스템으로 무장한 에어백을 의무화시킨 것이다. 그만큼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미국이 글로벌 선진 시장에서 가장 차량 도난이 많은 만큼 도어 록 기준을 이모빌라이저 등 난도가 높은 도난방지 장치 의무화로 규정했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미국의 시민단체나 관련 단체는 물론 지자체가 제작사인 기아차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등 고소하기보다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의무 장착을 강화하는 요구를 하거나 소송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소송 대상을 기아차가 아닌 미국 정부로 바뀌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로 차량 도난은 심각한 범법행위라는 점이다. '기아 챌린지' 자체가 심각한 범법행위인 만큼 이를 조사해 범죄가 발생하지 않게 조치를 강화해야 하는 책임을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가져야 한다. 그만큼 차량 도난이 심각한 미국인만큼 이러한 행위에 대해 더욱 강화된 처벌 기준을 만들고, 필요하면 가중 처벌하는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범죄를 근절시켜야 하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 방향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셋째로 좋은 고가의 차량을 구입하면 그만큼 도난방지 장치는 훨씬 좋다고 할 수 있다. 도난의 염려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소비자도 그만큼 좋은 신차를 구입하면 되는 것이 바로 시장 원리라 할 수 있다.
물론 기아차 도난 대상이 과거 보편적인 대중 모델인 만큼 아주 좋은 도난방지 장치는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인데, 미국만 차량 도난에 취약한 부분은 그만큼 차량 도난에 대한 치안이 약하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제작사들도 열심히 노력해 일반 대중 모델이라 해도 더욱 좋은 도난방지 장치를 장착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특히 소비자들도 소유하고 있는 차량에 대해 핸들고정 장치 등 최소한의 노력을 통해 간단한 도난방지 장치를 장착하는 노력 등 다양한 방지 장치를 장착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아차는 미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점점 인기가 높아지는 브랜드다. 미국은 특히 중요한 시장이고 제작사의 노력을 통해 더욱 점유율을 높이는 방법도 필요하다. 도난을 많이 당하는 차종의 제작사로 도의적인 책임도 있는 만큼 더욱 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미국은 변호사의 천국이고 소송의 천국이다. 우리에게는 말도 안 되는 사안을 가지고 소송을 일삼아 돈을 뜯어내는 사례도 많은 국가다. 이번 사안도 노이즈 마케팅으로 흔들면 돈은 나온다는 생각이 언뜻 스친다.
이번 소송이 진행되면 기아차는 적당한 합의보다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점을 제시하고 확실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이러한 문제가 다시는 제시되지 않게 근본적으로 항상 점검하고 완벽한 차량이 되도록 노력을 가 일층 배가시키는 것은 기본일 것이다.
김필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