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가득 실은 화물선이 바다 한복판에서 화재에 휩싸여 표류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화물선 프리맨틀 하이웨이(Fremantle Highway)는 지난 25일 자정 무렵 네덜란드 해안에서 화재에 휩싸인 후 걷잡을 수 없이 불타고 있다. 독일에서 이집트까지 25대의 전기차를 포함해 약 3000대의 자동차를 운반하던 이 화물선은 현재 버려진 상태이며, 표류 끝에 침몰할 것으로 보인다. 화재는 불특정 전기차 근처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해안 경비대는 전기차의 리튬이온배터리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 한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 해안 경비대는 웹사이트에 화재 원인을 ‘알 수 없음’으로 기재하고 있다. 해당 선박에는 총 2857대의 자동차가 실려 있었으며, 그중 25대가 전기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해당 선박에 자사 차량 약 350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재 발생 지점 근처에 있던 차량이 어느 자동차 회사의 제품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선원들은 불을 끄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으며, 23명 선원 모두는 배를 버리고 선박 밖으로 구조됐다. 이중 선원 7명은 빠르게 번지는 불길을 피해 바다로 뛰어내려야 했다. 선원 한 명은 화재로 인해 사망했으며, 여러 명이 부상하고 화상, 골절, 호흡 곤란을 겪었다. 선박은 현재 선원 없이 버려진 채 바다에서 불타고 있다. 27일 오전 네덜란드 해안 경비대는 선상 상황이 변하지 않았으며, 화재가 여전히 격렬하다고 밝혔다. 당국은 위험에 처한 배를 침몰시키지 않고 화재를 진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헌터(Hunter)’ 구조선은 화재 선박이 표류하는 것을 막고, 독일로 오가는 운송 항로를 방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케이블을 연결했다.
또한,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화재 선박에 승선이 불가능하자, 소방정을 활용해 선박 외부에 물을 뿌리는 등 화재 진압에 노력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배가 운반하던 화물 때문에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화재 발생 시점에 해당 선박은 네덜란드 아멜란드 섬에서 부근을 항해하고 있었다. 파나마에 등록된 선박은 일본 선박 임대 회사 쇼에이기선(Shoei Kisen)이 관리하고 있으며, 길이 200m에 달하는 이 선박은 차량 운반선으로 2013년에 건조됐다.
한편 자동차 운반선 화재는 작년에도 있었다. 2022년 2월 16일 약 300대의 전기차를 포함해 4000대의 자동차를 실은 화물선 펠리시티 에이스(Felicity Ace)가 대서양에서 화재에 휩싸였다. 선박은 전소될 때까지 약 2주간 표류하며 불탄 끝에 결국 침몰했다. 폭스바겐, 포르쉐, 벤틀리, 아우디, 람보르기니 등 고급차를 다수 싣고 있었던 탓에 약 4억 100만 달러(약 5100억 원) 상당의 차량이 소실된 것으로 추정됐다. 심지어 람보르기니는 불에 탄 슈퍼카를 교체하기 위해 아벤타도르 생산을 재개하기도 했다. 이 대참사 이후 여러 운송 회사는 더 이상 전기차를 운송하지 않겠다고 발표까지 했으며, 노르웨이의 페리선에서는 전기차 선적이 금지되기도 했다. 더드라이브 / 박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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