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출시해도 잘 팔리겠네” 80년전 제작한 ‘달걀’ 전기차

김정현 / 기사작성 : 2024-01-08 13: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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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가 유행하면서 약 80년 전에 제작된 파격적인 전기차가 새삼 재조명을 받고 있다. 요즘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면서 자동차의 미래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는 테슬라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다. 최초의 전기차는 사실 가솔린 자동차보다 훨씬 이전부터 있었으며, 자동차 역사에는 전기차에 대한 혁신적인 여러 시도가 있었다. 

 자동차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놀라운 잠재력을 보여주며 미래의 자동차에 대해 힌트를 준 차량 중 하나는 프랑스어로 ‘전기 달걀’이라는 뜻을 가진 로에프 일렉트리크(L'Oeuf Electrique)였다.  자동차에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독특한 모양을 고려하면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1942년 폴 아르젠스(Paul Arzens)가 디자인한 전기 달걀은 언뜻 보기에 기이하고 파격적으로 보일지라도, 무엇이든 상상하고 실현할 수 있는 미래의 세상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폴 아르젠스는 1940~50년대 기관차와 자동차에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로 명성을 쌓았다. 그는 1950년대 프랑스 철도 시스템(SNCF)을 위해 제작된 대부분의 디젤 및 전기 기관차를 설계했으며, 1960년대 후반에는 떼제베(TGV)에도 관여했다. 그리고 1942년에 바로 이 알루미늄 차체와 플렉시 글라스로 구성된 전기 구동 소형 3륜 버블카 로에프 일렉트리크의 프로토타입을 출시했다. 

 차를 개발하던 1940년 봄, 독일군은 프랑스를 침공해 정복한 후 공장을 점령하고 대부분의 자동차를 탈취했다. 게다가 휘발유도 부족했다. 그래서 아르젠은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도심형 자동차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를 개발하고자 했다. 그의 해결책은 1940년대 유럽에서 만들어진 자동차 중 가장 괴상한 차로 묘사되는 미니멀한 달걀 모양의 2인승 전기차였다. 차체는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차체를 감싸는 플렉시 글라스 버블을 적용해 운전자와 동승자가 이동하는 동안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알루미늄 차체는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마그네슘 합금인 듀랄리녹스(Duralinox) 튜브로 제작된 섀시를 둘러싸고 있어 부식에 대한 저항력을 높였다. 최적의 핸들링을 위해 뒷바퀴에는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알루미늄과 플렉시 글라스를 사용한 것은 무게를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차체와 전기 모터의 무게는 겨우 90kg에 불과했다. 전기는 5개의 12볼트 배터리를 통해 공급되는데, 배터리의 무게로 인해 자동차의 전체 무게가 350kg로 늘어났다. 최고속도는 70km/h에 달하며, 다섯 개의 배터리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100km이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 고리버들(단단하게 짜인 섬유) 프레임 위에 벤치 시트와 스티어링 휠만 있다. 계기판이나 게이지도 보이지 않는다. 당시 이 전기차는 큰 주목을 받았지만, 전쟁으로 사람들이 궁핍했기 때문에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당시에는 대부분 자원이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알루미늄 역시 귀한 재료였다. 그 결과 단 한 대의 프로토타입만 제작됐고, 아르젠은 1990년 사망할 때까지 이 차를 개인 교통수단으로 사용했다. 

 전쟁이 끝나자 아르젠스는 이 차의 동력원인 전기 모터를 125cc 푸조 단기통 가솔린 엔진으로 교체했다. 이 엔진의 출력은 5.5마력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속도를 80km/h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전기 달걀은 아르젠스의 첫 번째 자동차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1938년에는 항공기에서 영감을 받은 긴 차체와 미국 뷰익 스탠다드에서 차용한 섀시를 이용한 또 다른 독특한 차량인 라 발랭(La Baleine, 고래)을 만들기도 했다. 

 아르젠이 사망한 후 전기 달걀은 파리예술박물관(Musée des Arts et Métiers)에 기증됐다. 2022년엔 물루즈(Mulhouse) 자동차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비록 대량생산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전기 달걀은 작고 가벼운 디자인, 전기 모터, 뛰어난 가시성, 독특한 요소로 자동차 업계의 선구자가 됐다. 이 차는 지금도 BMW 이세타, 미니, 피아트 500과 같은 미래 도심형 자동차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norcal-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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