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동 킥보드는 전체의 약 70%가 개인용이고, 공유용은 약 30%에 불과하다. 그만큼 전동 킥보드는 개인용이 많다고 할 수 있으나, 주변 도로 등에 주차돼 있는 공유 킥보드를 항상 보고 있는 만큼 공유 킥보드가 문제의 온상인 양 언급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국내 전동 킥보드 관련 규정은 지난 5년간 3번의 제도 개선을 통해 지금에 이르고 있으나, 워낙 탁상행정으로 진행되다 보니 가장 최악이며 후진적이고 한계가 있는 낙후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초기부터 전문가의 의견을 듣거나 정책토론회, 공청회 하나 없이 만들어진 최악의 제도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의 규정을 보면 활성화보다는 엄격한 규제를 통해 사고를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춘 출구 없는 후진적 규정이라 할 수 있다. 전동 킥보드 속도를 낮추고, 헬멧을 강제하지 않고, 전용 면허를 신설해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
주차단속의 경우도 규정된 다양한 지역에 주차를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규정을 어겼을 경우 엄격하게 단속하는 당근과 채찍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오직 단속에만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헬멧은 속도를 늦추면 얼마든지 착용하지 않을 수 있고 청소년은 의무, 성인은 권고사항으로 둘 수 있다.
면허도 지금의 16세 이상 원동기장치 면허가 아닌 싱가포르와 같은 전용 전동 킥보드 면허를 제대로 신설해 성인은 권고, 청소년은 의무로 하면 된다. 지금의 자전거 면허가 전동 킥보드와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이유를 아무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경찰청 운전면허 제도 등 각종 교통관련 자문을 해주는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은 경우가 없었다.
지난 3년 동안 국회에서는 악법인 현재의 제도를 개선하고자 준비해 왔다. 그러나 힘들에 본 법안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늦춰지면서 무산이 되었고 현재는 여야가 치열하게 정쟁을 일삼으면서 후순위로 밀려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수년이 지났고 지금도 그때의 낙후된 최악의 규정이 진행되면서 오직 경찰청의 단속만 이루어지는 최악 상태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후유증을 국민을 받고 있고 해당 기업은 철수하는 상황이 늘고 있는 현실이다.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과 미래 모빌리티의 활성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는 전혀 잡지 못하고 방황만 하면서 오직 전동 킥보드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에만 책임을 묻고 있는 형국이다.
전동 킥보드는 여러 친환경 이동 수단 중 하나이고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른 이동장치라 할 수 있다. 서서 운전하다 보니 무게중심이 높아서 안전도가 떨어지고 좌우로 꺾는 각도가 커서 상황에 따라 위험할 수 있고 보호를 해주는 외부 장치가 없어서 그만큼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바퀴 구경이 적어서 보도 턱 등 다양한 구조물에 취약할 수가 있다. 이렇게 한계가 큰 이동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차량을 이용하기엔 가깝고 걸어가기에 먼 애매모호한 거리를 용이하게 이어주는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라 할 수 있는 최고의 이동 수단이다. 쉽게 빌리고 쉽게 반납하는 장치이고 비용도 저렴한 최고의 이동 수단이기도 하다. 이렇게 전동 킥보드는 서로 간의 장단점이 교차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이동 수단에 따라 장단점이 다른 만큼 어떻게 활용하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코로나 이후 배달업이 더욱 확산되면서 이륜차 사고도 급증하여 사망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매년 국내 이륜차 관련 사망자 수가 400명을 훌쩍 넘으니 하루에 한 명 이상 사망한다는 뜻이다. 심각하고 개선이 요구된다. 아직도 국내에서는 연간 자동차 사망자 수가 3,000명에 이르는 후진국이다. 자전거 사고도 증가하고 있어서 당연히 개선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동 수단은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는 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삼일절이나 광복절 폭주족은 '이륜차의 문제'가 아닌 '청소년의 문제'이고, 택배업의 문제도 '이륜차의 문제'가 아닌 '배달업종의 문제'라는 것이다. 즉 이륜차 등 각종 모빌리티의 문제는 해당 이동 수단 자체가 아닌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는 가의 문제라는 것은 인지해야 한다. 전동 킥보드도 마찬가지다.
최근 프랑스 파리시에서 공유 킥보드 영역을 퇴출하기로 결정하였다는 뉴스가 올라오고 있다. 물론 논란도 심각하다. 파리시 자체에서 앞으로 공유 업체와 연장 계약을 하지 않고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한 부분은 앞서 언급한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전동 킥보드의 문제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퇴출 절차의 경우도 파리 시민에게 투표를 통하여 결정하였다고 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참여한 인원은 전체의 8%에 불과하여 부정적인 부분만 보는 시민만 참여하였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앞으로 두고 볼만한 내용이나 실질적으로 퇴출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도시 중에서 퇴출한다는 최초의 도시이지도 하지만 유사한 과정을 통하여 퇴출에 성공한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로 똘똘 뭉친 중국의 경우도 예전 한 대도시에서 이륜차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퇴출을 결정하였으나, 시민의 항의와 명분에 실패하면서 결국 퇴출을 철회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 경우도 일관성은 물론 합리적인 결정과정에 문제가 있었고 민주국가도 아닌 일방주의의 사회주의 국가에서조차 실패한 부분은 충분히 참조할 만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파리시의 경우도 청소년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운행 시스템과 주차 문제 등으로 사망자 수도 늘고 공유 킥보드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되면서 발생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역시 공유 킥보드의 문제가 아닌 파리시의 공유 킥보드 운행에 대한 인간의 잘못된 제도적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다.
우리도 이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보다는 그냥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반성하고 제대로 된 시스템을 안정화시켜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일보 도쿄시 등 다양한 성공사례가 즐비한 만큼 서둘러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미래 이동 수단의 일부분으로 전동 킥보드가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우선 법적인 문제부터 서둘러 개선하여야 한다.
김필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