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의 벤틀리가 370만 달러, 환화 약 49억 원에 팔렸다. 무슨 사연일까.
1919년 설립된 벤틀리는 3L의 전설적인 첫 번째 엔진을 완성하는 데 약 1년이 걸렸고, 이 엔진을 장착한 최초의 벤틀리 3L 스포츠 모델은 1921년 9월 출시 후 10년간 큰 성공을 거뒀다.
그 시절 런던에서 벤틀리 대리점을 운영하던 존 더프(John Duff)는 벤틀리 3L 스포츠를 구입해 영국 브룩랜드에서 열린 더블 12시 레코드 내구 레이스에 개인 자격으로 참가했다. 당시 주최 측은 참가자들의 숙면을 보장하기 위해 24시 경주를 금지했고, 따라서 12시간씩 두 번에 나눠 경주가 진행됐다.
존 더프가 탄 벤틀리 3L 스포츠는 두 번의 12시간 레이싱에서 평균 속도 139km/h로 3,351km를 달리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런 결과는 자동차 제작 경험이 단 2년이고, 생산 모델이 단 하나뿐이었던 벤틀리에게 엄청난 사건이었다.
벤틀리의 성능에 매료된 존 더프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24시간 레이스인 ‘ACO 24시 내구 그랑프리’에도 도전했다.
레이스용으로 개조된 3L 스포츠 모델은 후륜 전용 제동이라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코너링 전에 일찍 제동할 수밖에 없었고, 이때 사륜 제동의 다른 차에 추월을 허락했다. 긴장이 넘치는 레이스 도중 다른 차가 옆을 지나가며 튀어 오른 돌이 벤틀리 3L 스포츠의 연료 탱크를 뚫는 사건이 발생한다.
벤틀리 팀 엔지니어가 코르크 마개로 차량을 수리했으나, 수리 및 연료를 다시 주입하는 데 2시간 30분의 시간 낭비가 발생했다. 또한 야간 주행 시 경쟁 차량의 바퀴 아래에서 튕겨 나온 자갈에 의해 헤드램프가 부서지는 등의 불상사를 겪으며 결국 벤틀리 3L 스포츠는 전체 4위에 그쳤다. 다사다난했던 레이스였음에도 벤틀리 3L 스포츠 모델은 최고속도 172km/h로 르망 랩 기록을 세우게 된다.
벤틀리 3.0L 직렬 4기통 엔진은 정교한 공학 기술의 걸작이었다. 실린더 당 4개의 밸브, 반구형 헤드와 완전히 밀폐된 단일 오버헤드 캠샤프트 아키텍처 및 건식 섬프 윤활 덕분에 훌륭한 내구성을 자랑했다.
존 더프는 1년 후인 1924년 벤틀리 3L 스포츠 차량으로 르망에 재도전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는 1923년에서 1930년 사이 르망에서 5번 우승한 벤틀리의 우승 기록 중 첫 번째였다. 첫 번째 르망 경주 이후, 섀시 141에 전면 브레이크 세트가 추가돼 사륜 제동 장치를 장착한 최초 벤틀리 차량으로 거듭났다. 이는 연료탱크 주위의 견고한 목재 클래딩과 함께 1924년 르망 우승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전설적인 벤틀리 3L 스포츠 차량은 세월이 흐르며 수집가의 손을 거쳐 관리됐다. 르망 24시 레이스가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그 첫 번째 경주에 참가했던 상징적인 벤틀리 3L 스포츠 차량은 경쟁 끝에 한 영국 수집가에게 약 370만 달러(약 49억 원)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됐다.
더드라이브 / 박도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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