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완의 세상만사]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 2020 영농 결산

관리자 / 기사작성 : 2020-12-04 13: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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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농사는 제대로 되기를 바랐지만 

결국 또 실패로 끝났다. 

작년처럼 고추나무가 쓰러지는 일은 없었지만  

벌레 피해가 작년과 비슷, 어쩌면 작년보다 더 심했다. 

​ 

작년엔 80근을 수확해 100만 원 정도 건졌다. 

올해는 130근에 260만 원이다. 

고추나무가 쓰러지지 않았으니  

작년만큼만 농사가 됐어도 수확이 두 배여야 하는데 

겨우 1.5배나 될까? 

다행히(?) 궂은 날씨로 고추값이 좋아  

적자는 면했다. 

그러나 본래 목표는 400근 이상에 600만 원이었으니 

어림 반 푼어치도 안된 농사다. 

인건비를 생각한다면 또다시 헛고생만 한 셈이고. 

​ 

올핸 귀농 4년, 영농 3년, 고추농사 2년 차다. 

귀농학교를 나와 처음 깻잎 농사에 도전했다. 

도전이라기 보다 그냥 해봤다. 

금산에 오면 누구나 깻잎 농사를 한다니 

나도 한번 해보며 농사가 무엇인지 가늠해보고자 했다. 

농약을 거의 쓰지 않고 열심히 했다.  

그러나 '당신 같은 사람 농사하면 안된다'라는 말만 들었다. 

그래도 실망하거나 별로 걱정 안 했다. 

그냥 해본 거 아닌가? 

​ 

이듬해 고추농사부터는 승부를 걸었다. 

 제법 준비를 단단히 해 본격적인 무농약 유기농에 도전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 

고추 농사 2년 차인 올해.  

작년 실패를 거울삼아 철저하게 준비했다. 

거금을 들여 '신무기'도 대거 투입했다. 

어느 누가 나보다 더 잘 준비할 수 있겠는가? 

어느 평생 농부도 눈 아래로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 

무엇이 잘못됐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원인을 알 수 없다. 

은행을 잘 못 다린 탓이 아닐까 했으나 

다시 매뉴얼을 보며 꼼꼼히 다려봐도  

결과가 작년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화학농약을 쓰지 않는 한 

내년에도 작년, 올해와  별반 다를 것이 없지 않겠는가? 

​ 

연속 2년 농사에 실패했어도 투지는 되레 방자했는데 

올핸 실망이 너무 크다. 

농사짓고 싶은 마음이 많이 사라졌다. 

아무리 노느니 농사라지만 

(이런 내 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일까?) 

1년에 1000만 원, 아니 600만 원도 못 번다면 

어찌 농사짓는다 할 수 있겠는가? 

​ 

곰도 농사도 동면에 드는 계절. 

내년 농사를 어찌해야 할지 

나도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 
글은 더드라이브 외부 필진이면서

전(前) 신문기자, 현(現) 농부인 김지완 님의 칼럼입니다.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적고 있으며 ,김지완 님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blog.naver.com/qd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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