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자동차 업계에서 철수한 제너럴모터스 브랜드 올즈모빌(Oldsmobile) 사는 107년의 오랜 역사와 함께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의 여러 자동차를 유산으로 남겼다. 1980년대 선보인 에어로테크는 올즈모빌의 가장 파격적인 자동차 중 하나다.
에어로테크는 당시엔 최신 기술이었던 4기통 엔진의 쇼케이스를 위해 제작된 실험적인 모델이었다. 이 실험은 이후 403km/h를 뛰어넘는 속도로, 수많은 세계 기록을 깨뜨린 괴물 슈퍼카들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는 최고속도 407km/h를 자랑하는 부가티 베이론이 탄생하기 20여 년 전의 일이다.
전설의 시작은 1984년 올즈모빌에서 4기통 엔진을 개발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즈모빌은 당시엔 혁신적인 신기술이었던 내연기관 4기통과 듀얼 오버헤드 캠샤프트를 갖춘 쿼드4 엔진을 개발 중이었다. 회사 엔지니어들은 쿼드4 엔진으로 BMW와 벤츠 등의 경쟁사를 뛰어넘을 것으로 판단하고, 연구에 대한 승인 및 자금 지원을 GM 경영본부에 요청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더욱 강력한 쿼드4 엔진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공기역학의 끝을 보여주는 차체를 만들어 엔진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1985년 에어로테크 개발은 레이싱카에서 영감을 받은 매끈한 차체 디자인 스케치에서 시작됐으며, 84C 카트 섀시의 개조된 탄소섬유 버전으로 제작됐다. 84C 카트 섀시는 1985년 인디애나폴리스 500 경주에서 우승한 차량과 같은 섀시다.
공기역학적인 에어로테크 차체는 원래 포르쉐 917LH에서 영감을 받아 더 길쭉하게 빠진 후면 디자인을 지녔다. 하지만 이 디자인 때문에 인디애나폴리스 모터스피드웨이 경주에서 기록을 경신에 실패하자, 올즈모빌은 후면을 짧게 바꿨다. 특히 엄청난 양의 다운포스를 만들어내 고속 안정성을 증가시켰다.
올즈모빌의 개조된 쿼드4 엔진은 싱글 터보차저 2.3리터 4기통으로 900마력의 힘을 냈다. 이는 당시의 어떤 슈퍼카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1986년 말 완성된 최초의 프로토타입은 테스트에서 351km/h라는 놀라운 속도로 달렸다.
두 번째 프로토타입 개발에 착수한 에어로테크는 트윈터보 버전의 쿼드4 엔진을 탑재해 경이로운 10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자, 올즈모빌은 1987년 에어로테크 차량 2종을 포트 스톡튼(Fort Stockton) 테스트 트랙에 올렸다. 숏테일 버전의 첫 번째 프로토타입은 평균 403.81km/h로, 당시 최고인 메르세데스 C111-IV 프로토타입의 기록에 가까운 속도를 보여줬다.
롱테일 버전의 두 번째 프로토타입은 최고속도 443km/h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롱테일 프로토타입은 테스트에서 평균속도 430.33km/h를 기록했고, 이후 숏테일은 최고속도 413.79km/h를 기록하며 신기록을 경신했다.
실제 생산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에어로테크 차량이 세운 403km/h라는 기록은 부가티 베이론의 2005년 기록보다 18년이나 앞섰으며, 콜어웨이 콜벳 슬레지해머가 1989년에 409.99km/h라는 로드카 스피드 기록을 세운 것보다 2년 전 일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에어로테크 모델의 기록이 V8이나 W16 엔진이 아닌 4기통 내연기관으로 세워졌다는 것이다.
올즈모빌의 실험정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1990년대 초반에 세 번째 프로토타입을 제작한다. 당시에는 비공개 상태였던 오로라 V8 엔진으로 제작된 세 번째 프로토타입은 1992년 12월 7일에서 15일 사이, 무려 47개의 속도 기록을 세운다.
에어로테크 프로토타입 차량으로 쇼케이스 된 쿼드4 엔진은 1987년에서 2002년까지 15년간 생산됐으며 올즈모빌, 폰티악, 뷰익, 쉐보레 등 수많은 차량의 심장이 됐다.
더드라이브 / 박도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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