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도심의 횡단보도를 달리던 자율주행차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상황을 상상해보자. 차 앞을 노숙자와 범죄자가 지나가고 있다. 반대편 차선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자동차는 방향을 바꿔 고양이를 희생해야 할까? 아니면 그대로 달려 노숙자와 범죄자를 치어야 할까.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인 딜레마에 대한 실험이 진행됐다. 흥미로운 이번 실험의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최근 실렸다.연구 결과 사람들은 동물보다 인간 생명을 구하는 것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연구에는 세계에서 200만 명 이상이 참여해 극한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율주행차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응답했다.
질문은 ‘두 명의 노인과 한 명의 임산부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떨까? 혹은 운동선수나 비만인 사람이라면? 차에 타고 있는 사람 혹은 보행자 중에서 고른다면?’ 등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동물보다 사람을 구하는 것을 선호했다. 나이 먹은 사람에 비해 임산부나 아이들을 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남성보다는 여성을, 비만인 사람보다는 운동선수를, 또한 노숙자나 범죄자보다는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 사람들을 선호했다. 지역별로 문화적인 차이도 있었다. 예를 들면 아시아 국가 사람들 집단에서는 노인보다 젊은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선호했다. 유럽이나 미국은 반대였다.
연구를 이끈 미국 MIT 기술미디어연구소의 에드먼드 아워드는 “우리는 정책 입안자들이 대중의 선호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자율주행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린이가 보호받지 못한다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를 위해 연구소가 만든 사고 실험 영상에는 전 세계 233개국 4000만여 명이 관심을 보였다. 연구소 측은 이번 연구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이유에 대해 “눈앞으로 다가온 자율주행차 시대에 한 번쯤은 생각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기술의 발전과 함께 도덕적, 윤리적인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우리는 이런 도덕적 딜레마 중 일부에 수학적 규칙을 만들고 철학이 제공하는 최고의 도덕 이론을 활용해 자율주행차가 어떤 방식으로 선택하는지를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채완 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더드라이브(TheDriv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