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바로 쌍용차의 처리일 것이다.
최근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되면서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고, 그 기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물론 자격 미달인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예상했던 대로 정상적인 인수가 불가능한 부분이 노출된 점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나, 그래도 인수에 성공했다면 정상적인 회생은 어려워도 어느 정도의 기간만큼은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고 본다.
쌍용차는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올 10월 말까지 법정관리를 연장해 시간은 벌었지만, 이 기간에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 굶어죽을 정도로 뼈를 깎는 자구책이 나와야 하고 동시에 재공고를 통하여 하늘에 빌어서 좋은 투자자가 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간도 짧아서 이전과 달리 반년 안에 모든 것을 결정지어야 하는 만큼 한시적인 수명연장이라 할 수 있다.
이전에 쌍용차의 처리에 있어서 다양한 의견이 도출됐으나, 모든 것이 불가능한 언급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국유화라든지 산업은행이 우선 인수하여 점차 민영화를 하는 방법은 물론이고 위탁 생산 활성화, 심지어 현대차가 인수하면 된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산업은행이 투자하여 당장 살리는 것은 어떠한지 등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언급은 불가능한 사항이고 심지어 산업은행의 투자도 투자자가 투자하여 평가를 하고 매칭 펀드로 투자하는 방법 자체도 전제조건이 투자자의 투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국민의 혈세로 투자하는 만큼 눈먼 돈이 아니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아껴야 하고 대국민 설득과 명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상황이 더욱 안 좋은 것도 문제라 할 수 있다. 최근 전기차 시대로 본격 접어들면서 기존 내연기관 시스템을 탈피하고자 글로벌 시장에는 잉여 시설과 인력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성장 동력이 약한 쌍용차를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것은 사치라 할 수 있어서 새로운 투자자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쌍용차는 SUV에 한정되어 있고 디젤차 쪽에 특화되어 있는 반면, 미래형인 전기차 등에는 매우 약하다.
최근 인수 무산 이후 재공고가 나가지 않은 상황에서 쌍방울그룹 등 기업에서 의향서를 내고 있다고 전해진다. 투자자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새롭게 등장하는 모습은 반갑지만, 실질적인 역량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특장차 업체 광림특장차가 있어서 같은 자동차 제작사와 최소한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문제는 재정적인 안정화 여부라 할 수 있다. 에디슨모터스의 경우도 결국 재정 동원 능력의 한계 때문에 무산된 만큼 후발주자들의 재정적인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재공고 이후 이전 지원했던 기업들이 다시 지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역량이 충분한 기업이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두 손 모아 빌어본다. 쉽지 않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의 결정과 법정관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추후 쌍용차의 인수가 목적이 아니라, 인수 의향을 흘려 자사의 주가를 올리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악용하는 사례는 금융감독원 등 주관기관이 확실히 제어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쌍용차 같은 제작사의 문제는 해당 국가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약 5년 전 약 8100억 원의 산업은행 지원을 받는 한국GM의 경우도 지원 이후 특별한 개선 변화가 없어서 향후가 걱정이지만, GM의 해외 현지 철수로 인한 해당 국가의 경제적 영향도 적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도 향후 같은 문제가 재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쌍용차역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서 청산에 대한 언급이 커지고, 실질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심각한 경제적 주름살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된다.
현지 공장인 평택지역은 물론 수백 개의 부품사 부도는 물론이고 수만 명의 실직과 심지어 쌍용차 차주에게도 경제적 손실을 주기 때문이다. 차주들은 애프터서비스 자체를 받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문제점이 터지게 마련이다. 즉 일파만파로 손실을 다년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정부가 시작하면서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이고, 이 정부에서 표명한 기준이 민간 차원의 시장 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그냥 놔두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시장 경쟁 논리에 의하여 당장은 손을 자르는 아픔이 있겠지만, 후에 모두를 위협하는 문제가 되지 않게 미리부터 아픔을 겪게 할 수도 있다고 하겠다. 상황에 따라 극과 극의 처방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쌍용차이지만 향후 한국GM 등 문제점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고 하겠다. 최근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에서의 준비도 미흡한 부분이 많은 상황에서 강성노조로 인한 임단협 문제 등 고민거리가 충돌하면서 경제적 주름살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물론 이번 정부는 중심을 잡는 균형을 언급한 만큼 한쪽 편보다는 경제 활성화와 민간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기업하기 좋은 국가로의 방향성은 환영받는다고 할 수 있다.
쌍용차는 국내 제작사 중 그리 큰 기업은 아니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방법은 없고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그래도 꼭 살려야 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한 명도 구조조정 못하는 한계점은 매우 큰 단점이라 할 수 있으나, 각자가 최선을 다하여 쌍용차를 살리는 임무에 매진했으면 한다. 미래의 모빌리티 산업에서 특화되고 차별화된 글로벌 히든 챔피언으로 쌍용차가 재탄생하기를 기원한다.
지금까지 너무 힘든 과정을 거쳐 온 쌍용차다. 상하이, 마힌드라 등 로컬 제작사의 한계와 현재의 법정관리는 물론이고 제대로 된 투자자가 없는 현실에서 이제는 막다른 골목이라 할 수 있다. 회사 구성원은 정부에 기대지 말고 우선 자생적으로 죽을 각오로, 회사를 위하지 않는다면 죽는다고 판단하고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길은 열릴 것이고 분명히 살아올 수 있는 기회는 있을 것이다.
김필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