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희귀한 달팽이 때문에 400억 원 이상의 신형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 900대에 제동이 걸렸다.
호주 농무부는 23일 “유럽에서 수입한 5대의 차량 수송 선박에서 많은 외래 달팽이가 발견돼 돌려보내는 절차를 밟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선박에는 모두 900여 대 벤츠 차량이 실렸다. 선박과 차량은 현재 퀸즐랜드, NSW, 빅토리아, 서호주의 항구 근처에서 엄격한 검역을 받고 있다.
범인은 유럽 남동부와 캐나다, 미국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히스 달팽이다. 호주 농림부는 “히스 달팽이는 농업과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해충으로 지역 동식물 군에 치명적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히스 달팽이는 소형 해치백, 고급 리무진, 스포츠카, 메르세데스 밴 등 다양한 벤츠 차량에 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을 기다렸던 호주 고객들은 다시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 벤츠 호주법인은 “피해 차량은 모두 수송돼 벨기에 지브루지로 갈 것”이라며 “재수출 등의 추가 조치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벤츠 측은 “이 차량들이 점검을 받은 후 다시 호주로 갈 것인지, 유럽 공장에서 동일한 차량을 다시 주문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벤츠의 곤란한 점은 이뿐이 아니다. 차량을 재수송하고 점검, 수리하기 위해서는 거액의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벤츠 호주법인은 성명을 통해 “호주 농무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해당 차량과 관련된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면서 “아울러 우리는 이번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호주에서 달팽이 때문에 배에 실려 온 자동차를 돌려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거에도 이처럼 신차 출하를 지연시킨 범인은 또 있다. 바로 악취벌레다. 악취벌레는 지난 5년간 호주에서 검출되면서 신차 출하를 지연시킨 범인이다. 농무부에 따르면 2018-2019 시즌에 갈색 얼룩 악취벌레(BMSB)의 검출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일단 자동차 선적물에서 악취벌레가 발견되면 화물 전체를 해안에 두거나 선박을 돌려보내야 하기 때문에 골치가 아파진다. 이 벌레는 중국, 일본, 대만이 원산지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북미에 도입됐고,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심각한 해충이라고 한다.
악취벌레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겨울로 이어지는 가을 즈음이다. 이 벌레들은 선박 및 차량에 숨어 따뜻한 열대 기후인 호주 해역으로 남하하면서 동면을 깨고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드라이브 / 김다영 기자 auto@thedrive.norcal-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