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의 올해 1/4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기대 이상의 영업이익률로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주춧돌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반도체 적자가 생각 이상으로 커져 국가 흑자 구조가 무너지면서,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이때 현대차와 기아차의 놀라운 실적은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진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약 6조 원 이상으로 올해 잘하면 20조 원이 넘는 꿈같은 실적도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더욱 놀라운 부분은 이번 실적에서 현대차의 경우는 영업이익률이 약 10%대, 기아차는 더욱 높은 12%대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제작사의 좋은 영업이익률을 약 6~7% 수준이라고 본다면 놀라운 실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프리미엄 차종만 생산하는 벤츠, BMW가 약 1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보인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놀라운 결과다.
물론 이유는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거둔 국내외의 놀라운 실적과 기아차의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증가를 기반으로 전기차의 전향적인 실적 등 다양한 부분에서 좋은 결과가 도출된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약 10%대, 유럽은 약 11% 수준으로 모두 두 자리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인도 등에서 1등을 달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부분도 좋은 실적에 기여했다.
최근 모 증권 보고서에서 수년 내에 현대차 그룹이 글로벌 1위 달성도 가능하다고 언급해 큰 화제가 됐다. 현대차 그룹의 글로벌 최고 기록은 5위권 수준이다. 작년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이 아직은 남아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3위를 달성해 크게 고무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3위권이라는 것은 대단한 실적이다. 이번 1/4분기의 놀라운 실적을 기반으로 과연 보고서에 언급된 바와 같이 글로벌 1위까지 달성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측면에서 국내의 장점과 문제점을 집고 갈 필요가 있다.
우선 이렇게 실적이 좋고 잘나가는 이유를 내부적으로 철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먼저 그룹 총수의 역할이다. 이전 현대차 그룹 총수인 정몽구 전 회장의 경우 쇳물도 직접 녹여서 만든다는 순혈주의가 통하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융합의 시대다.
이미 여러 핵심적인 경험을 통해 총수에 오른 정의선 회장의 역할이 컸다. 부회장 시절부터 회장에 오른 지난 3년간 집중적인 내부 결속은 물론 혁신적인 개혁을 단행했고, 특히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크게 내고 있다. ‘적과의 동침’이나 ‘이종 간의 결합’은 물론 필요하면 합종연횡 등 ‘누가 더 많이 몸을 섞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는 공식을 바탕으로 노력했다.
글로벌 톱 다각 보행 로봇 회사인 미국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는 물론 미국 합작회사 모셔널 운영 등 다양한 협업 모델로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또 소프트웨어 기반의 SDV 선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 기아의 화성 PBV 공장 기공 등 선제적 조치를 통해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서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국내 기업에서 총수의 역할을 생각하면 얼마나 중요한 진전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이미 기존 내연기관차를 떠나서 글로벌 화두인 전기차가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오직 전기차만 만드는 혁신의 아이콘인 테슬라를 따라가는 가장 뛰어난 제작사가 바로 현대차 그룹이라 할 수 있다.
전기차를 필수로 앞으로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인 UAM의 등장과 험로 등 특수 지형에서 다양한 모빌리티 역할을 하는 로보빌리티에 이르기까지 미래 모빌리티의 그림을 크게 그리는 기업이 바로 현대차 그룹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위상이 남다르게 높아지고 있고, 이는 실제 판매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하루 이틀에 생겨난 결과는 아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핑크빛 그림으로 글로벌 1위 달성을 위한 조건이 성숙돼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양적인 팽창을 위해 1000만 대 달성이 중요한 부분이다. 앞으로 연간 약 300만 대 이상의 추가 실적이 요구된다. 미국이나 유럽의 증가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존 중국 시장의 성적과 기타 지역에서 성적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시장은 계속 점유율이 떨어져 1%대까지 줄어든 만큼 약 3%대 이상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다양한 부분을 올려야 하는데, 최근의 중국 전용 전기차와 제네시스의 시작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중국 시장은 민주진영과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크고 신뢰성 측면에서 글로벌 시장 경쟁 논리와 다른 시장인 만큼 항상 별동 시장으로 생각하고 능동적인 대처가 중요하다. 여기에 러시아 시장은 철수를 고려할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 이어져 당분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러시아 시장에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철수하지 않고 지속한 만큼 현재의 철수 움직임은 매우 안타깝다고 할 수 있으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인도 시장의 상황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미 톱을 달리고 있고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추가된 공장을 통해 인도 상황에 맞는 차종 투입으로 선점을 이어가야 한다. 특히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산 자동차의 90% 이상 점유율을 우리가 뺏어 와야 한다.
작년 본격 준공한 인도네시아 현대차 공장을 중심으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적극적인 투입과 점유율 증가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중동과 남미 등 전체적인 판매율 증가를 통해 균형 잡힌 양적인 팽창이 앞으로 중요하다.
물론 폭스바겐이나 토요타 등은 아직 전기차 전환이 느려서 현대차 그룹이 선점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긍정적이다. 최고 품질과 앞선 기술력을 가진 현대차 그룹의 전기차는 분명히 글로벌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빠르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토요타 등은 점차 실적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금은 글로벌 1위지만 수년 내 생각 이상으로 판매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우리는 판매가 증가하는 만큼 순위 교체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진전될 수 있다.
글로벌 양적 1위 달성도 중요하지만, 우선 영업이익률 측면에서 글로벌 1위 달성은 더욱 빠르게 이룰 수 있는 만큼 지금의 흐름을 잘 유지해야 한다. 물론 변수도 작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방향과 민주진영과의 치명적 이원화 흐름은 물론이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BMA) 등 각국의 지역 우선주의가 판을 치고 있어서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늘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언급한 러시아 시장의 경우도 3조 원 이상 투입해 최고의 시점 점유율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순간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철수 움직임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고 국내 시장에서의 법적, 제도적 지원은 기본이고 노사 안정 등 국내에서 사업하기 좋은 여건 조성은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더욱 노력해 법인세, 세액공제 등 다양한 혜택으로 해외 선진국 대비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국내에 구축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정부를 필두로 입법부의 진정한 협조는 물론이고 산학연관의 융합적인 노력도 당연히 중요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현대차 그룹의 글로벌 1위 달성이라는 꿈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를 기원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파이팅을 외쳐본다.
김필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