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300SLR 울렌하우트 쿠페가 역사상 가장 비싼 차에 등극했다. 최근 유럽서 열린 경매에서 1억 3500만 유로, 한화 약 1,837억 원에 낙찰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높은 낙찰가가 아니었다. 벤츠가 단 2대의 모델 중 한 대를 판매했다는 것이다.
벤츠는 글로벌 장학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해당 차량을 경매에 출품했다. 루돌프 울렌하우트가 이 차량을 제작할 때 그랬던 것처럼, 수익금은 혁신적인 신기술을 개발할 열정 넘치는 젊은 세대에 쓰일 예정이다.
벤츠 300SLR 울렌하우트 쿠페는 자동차 역사상 벤츠의 특별한 성취를 상징하는 모델이며, 자동차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에서 최고의 차량으로 불린다.
벤츠 300SLR 울렌하우트 쿠페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영국계 독일인 엔지니어였던 루돌프 울렌하우트는 1955년 300SLR 쿠페를 탄생시켰다. 300SL과 W196R ‘실버애로우’를 개발한 그는 이 새로운 쿠페가 벤츠의 레이싱 성공 가도를 계승하도록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어 가볍고 힘이 넘치는 데다가 아름답기까지 한 300SLR 쿠페를 제작하게 된다.
차량은 미학적으로 완벽하고 순수하며 우아함 그 자체다. 하지만 디자인이 전부는 아니다. 울렌하우트는 아름답기만 한 자동차가 아니라, 충격적인 퍼포먼스 차를 원했다. 포뮬라1에서 영감을 받아 경량 합금 8기통 엔진으로 306마력을 내는 300SLR 울렌하우트 쿠페는 인상적인 스펙으로 당시 대중의 찬사를 받았다.
처음 경주용 차로 디자인됐던 300SLR 울렌하우트 쿠페는 초경량으로 트랙에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계됐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실제 경주 트랙을 달리지 못하고 프로토타입으로만 남게 됐다.
당시 벤츠는 모터스포츠계에서 해마다 트로피를 거머쥐며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1955년 르망 24시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벤츠 차량이 관중석을 덮쳐 드라이버였던 피에르 르페(Pierre Levegh)를 비롯한 82명의 관중이 사망하고,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벤츠는 이후 1989년까지 어떤 경주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레이싱 세계에 발을 들여보지 못한 300SLR 울렌하우트 쿠페는 전시장에만 얌전히 있지는 않았다. 울렌하우트는 매일 출퇴근용으로 이 차량을 운전하며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뮌헨까지 1시간 만에 주파하는 기록적인 통근시간을 보여줬다고 한다.
비록 원래 목적이던 레이싱카는 되지 못했지만, 300SLR 울렌하우트 쿠페는 인상적인 디자인, 엔지니어링, 퍼포먼스로 클래식카의 전설에 등극했다. 그리고 올해 진행된 경매에서 역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하며 그 독보적인 가치를 뽐냈다.
생산된 단 2대의 모델 중 경매에 출품되지 않은 1대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더드라이브 / 박도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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