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작가’로 유명한 유벅 작가의 초대전이 2월 8~27일 서울 광화문 갤러리 ‘내일’에서 열린다. 이번 개인전은 ‘Invisible nature’라는 주제로 설치 작업 및 종이상자 회화 작품 15점을 선보인다.
우리는 이번 전시에서 뜻밖의 놀라움을 만날 수 있는데, 벌레라는 소재를 이용해 만들어낸 시각적 이미지가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접하는 자연이 과연 순수한 자연인지, 인간이 의도적으로 개입해 만들어낸 자연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입과 폭력 속에서 신음하며 생명력을 잃어가는 자연을 죽은 곤충을 통해서 생각해 보자는 것이 작가의 의도다.
작가는 10여 년째 여름이면 야외에서 곤충을 모으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투명한 유리나 캔버스에 곤충을 유인하는 물질을 특정한 형상으로 바른 뒤, 낮에는 냄새로 밤에는 빛으로 긴 시간 각양각색의 곤충을 유인해 모은다. 그의 작업은 오랜 시간 곤충을 모으는 과정을 담아내는 ‘과정 예술’이기도 하며, 자연을 대상으로 한 ‘자연예술’이기도 하다.
속을 들여다보지 않을 때 겉모습으로서의 껍데기는 그저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그것이 벌레의 사체나 쓰고 버린 골판지로 이루어졌음을 알게 된 뒤에도 껍데기가 보여주는 시각적 이미지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난 뒤의 느낌은 시각적 환영을 넘어 다른 것을 보여준다. 유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의 이중성을 캐내기 위해 보는 이의 불편한 시선을 피하지 않고 앞에서 대면하며 질문을 던진다.
유 작가는 “자연을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다. 그것은(자연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그냥 있는 것이고, 보여지는 것이다”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순수하고 아름답지만, 또 다른 내면에는 권력, 물질, 폭력으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자연은 조화와 질서의 자연이라기보다는 충돌과 모순으로 가득해 피폐한 본래의 자연인지도 모른다. 그는 “그런 맥락에서 보면 나의 작업은 관념과 합리적 대상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역설적 자연 만들기’이며 ‘본래적 자연 만들기’를 꿈꾸는 하나의 제안이며 모색”이라고 말한다.
유벅 작가는 추계예술대학 서양화과, 프랑스 파리 8대학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런기스 고기공장 영상 프로젝트, 반 호에크 갤러리, 파스칼 갤러리, 벵센느 숲 프로젝트, 토털 미술관, 성곡 미술관, 서산 문화센터, 중랑천 영상 프로젝트, 삼탄 아트 마인 설치 프로젝트 등 여러 전시와 기획에 참여했다.
더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더드라이브(TheDriv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